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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마을버스 “재난지원금도 보조금도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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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같은 영업제한 업종 아니라 정부 재난지원금 대상서 제외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 승객 크게 줄었지만 보조금 없어

생존 몸부림으로 배차 간격 늘리자 교통 사각지대 서민들 불편 커져

조선일보

3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앞에 정차 중인 마을버스에 ‘마을버스가 어려우면 시민 승객이 불편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어나면서 작년 한 해 서울시내 마을버스 이용객이 전년 대비 1억1500만명 감소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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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노원 13번’ 마을버스 안.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과학기술대 정문을 출발해 석계역으로 돌아오는 20여 분 동안 승객이 딱 1명이었다. 버스 기사 김일조(71)씨는 “빈 차로 운행한 지 꽤 오래됐다”며 “가스 값도 안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원 13번은 과기대 캠퍼스 내부로 들어가는 유일한 노선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이용객이 줄고, 대학에서 외부인 출입을 막으면서 지금은 학교 정문까지만 운행한다. 2019년 한 해 83만여 명에 달하던 승객이 작년 35만여 명으로 57.7%가량 줄었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이용객이 가장 많이 줄어든 마을버스 노선이다. 이 노선을 운영하는 금창운수 신현종 대표는 “20년 정도 운영했는데 지금이 최악 상황”이라며 “직원 4대 보험료도 임대료도, 안 밀린 게 없다”고 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갈 수 없는 골목 골목을 누비는 서민 교통의 ‘실핏줄’ 같은 존재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교통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노선이 많다. 하루 수송 인원이 17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고,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승객이 급감해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재택근무, 학교 문 닫으며 승객 수 곤두박질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마을버스 이용객이 전년 대비 1억1500만명(약 27%) 줄었다. 수입금은 같은 기간 635억원(26.5%) 감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이 제일 많이 줄어든 노선 10곳 중 8곳이 학교 주변을 지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높였던 작년 3월과 12월에는 전체 이용객이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운행 횟수가 줄면서 2019년 12월 3484명이던 마을버스 기사는 지난 연말 3411명으로 70명 넘게 줄었다.

참다 못한 회사 대표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일부터는 마을버스 기사들도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마을버스 회사 노조 관계자는 “오죽하면 노조가 함께 시위를 하겠느냐”며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시(市)가 예산으로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마을버스는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민영제다. 서울시는 적자가 난 마을버스 업체에 한해 승객이 지하철이나 일반버스로 갈아타는 경우 할인해 주는 요금의 일부만 보전해주고 있다. 더구나 마을버스 업체는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도 아니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영업제한 대상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배차 간격 늘리면서 서민 이용객 불편 가중

마을버스 업계에선 “고사(枯死) 위기”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양천 03번’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신목교통 김진억 대표는 2일 “집까지 담보 잡아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렸다”며 “작년에 진 빚만 4억이 넘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업체들의 위기는 서민들의 불편으로 직결되고 있다. 버스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노선을 줄이고 배차 간격을 늘리기 때문이다. ‘은평 10번’은 은평구 산새마을로 가는 유일한 버스다. 높은 언덕길을 오르기 어려운 노인들이 많이 타는데, 11분이던 배차 간격이 30분까지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마을버스 노선 249개 중 70%가량인 175개가 평균 17%, 최대 30%까지 운행 횟수를 줄였다.

마을버스 기사들도 생계비 걱정을 하고 있다. ‘도봉 01번’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24년 경력 김용환(61)씨는 “코로나로 배차 간격이 늘어나 근무일이 줄면서 월급이 40만~50만원가량 깎였다”며 “임금 체불도 잦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 값을 못 막아서 신용불량자가 된 동료도 꽤 있다”고 했다.

마을버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서울시 마을버스 요금(교통카드 기준)은 어린이가 300원, 청소년은 480원으로 14년째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일반 요금은 교통카드 900원, 현금 1000원으로 6년째 동결 상태다.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 김문현 이사장은 “업체 대표들 사이에선 현금으로만 요금을 받아 환승 할인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국회에 발의된 코로나 손실보상법 대상에 마을버스는 빠져 있다”며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파업이라도 해야겠다”고 주장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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