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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대통령, 책임져야 할 변창흠에 LH 조사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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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신도시 100억 투기 의혹… 文대통령, 국토부에 “전수조사”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 재직때 벌어진 일… 제 식구 감싸기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업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 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서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이 조사할 것”이라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LH 직원들, 보상비·입주권 노렸나… 신도시 발표 직전 심어진 묘목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토지 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LH 직원들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사진은 LH 직원 투기 지역으로 알려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서 한 주민이 묘목이 심어진 밭을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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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은 LH 직원뿐만 아니라 국토부 등 공무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기업 임직원과 그 가족도 포함된다. 대통령이 참여연대와 민변이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에 대대적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참여연대와 민변이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지만 감사원과 합동으로 하면 착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며 “감사원 추가 조사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총리실과 국토부가 합동으로 국토부와 LH 등을 조사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와 감사원의 불편한 기류도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당시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책임론에 대해 “변 장관 책임론은 관리 책임”이라며 “변창흠표 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이 자신의 사장 시절 직원들 비리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책임을 져야 할 변 장관이 조사를 맡는 게 타당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던 대통령이 주택 공급마저 ‘공직자 탈을 쓴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맡겼다가 뒤늦게 전수조사하라며 ‘유체 이탈’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토지 보유 문제에 대해 “‘성범죄 일가’의 가덕도 투기도 함께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기막힌 나무 알박기 수법, LH 투기 공무원들 다 계획이 있었나

“청년들은 주거늪·취업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누워서 땅 투기한 것 아닌가요?”

올해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윤모(26)씨는 “조그만 전셋집 하나 구하려 직장 구하자마자 전세 대출 7000만원을 받았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월 결혼한 신혼부부 강현수(28)씨도 “결혼 석 달 전부터 집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결국 실패해 지난달 중순에야 간신히 살 집을 마련했다”며 “집 구하기 어려운 나 같은 신혼부부를 위해 존재하는 LH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투기까지 했다니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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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변창흠 국토 장관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변 장관은 최근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으로,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LH 의혹 관련 강도 높은 조사를 지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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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흙수저’인 청년·신혼부부를 비롯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 대란(大亂) 속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 말을 믿었던 소시민들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성추행 논란으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一家)의 가덕도 신공항 인근 땅 수만평 보유, 흑석동 상가 투기 논란으로 총선에서 탈락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국회의원직 승계 소식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 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정의와 공정이란 말이 씁쓸하다”고 했다.

지난해 5평(17㎡)짜리 청년 임대주택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는 직장인 손모(29)씨는 “공정성이 바닥인 이런 사회에선, 설사 투기로 드러난다 해도 실형 몇 년만 살고 나와 결국 호의호식하지 않겠느냐”며 “국토부나 LH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런 식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아 이젠 화도 나지 않고 체념하게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전수조사 들어갈 3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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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 인근 주민들의 분노도 컸다. 민변·참여연대는 2일 LH 전·현직 직원 10여명과 그 가족이 58억원의 대규모 대출을 받아, 신도시 발표 전 해당 지구의 토지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고 폭로했다. 해당 토지 일부에는 추가 보상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묘목 수천 그루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소위 ‘나무 알박기’로 불리는 수법이다. 광명시 주민 김모(57)씨는 “제 돈도 아니고 58억원이나 대출을 받고,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는데 서민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치사한 수법”이라며 “LH는 물론 국토부, 광명시, 시흥시 공무원 등 관련된 사람은 죄다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시흥시 주민 이모(70)씨도 “원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는커녕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날 판인데 공직자들은 투기에 골몰했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시흥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몇 년 전부터 LH 직원들이 땅을 보러 다닌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동안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위반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취득한 토지도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대규모 토지 보유가 알려진 부산 가덕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평당 10만원하던 공시지가는 현재 250만원에 육박한다. 가덕도 주민 A씨는 “몇 대에 걸쳐, 한 평생 가덕도에 살며 집 한 채, 손바닥만 한 밭뙈기 갖고 사는 원주민들은 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보상받는다 해도 부산 도심의 집 반(半) 채도 사기 어렵고 살 길도 막막하다”며 “외지에서 온 지주(地主)들만 땅 값 올라 더 떵떵거리게 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부산 강서구에서 통장을 맡고있는 B씨는 “요새 오거돈의 ‘오’자만 나와도 말이 험악해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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