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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송호근 "文정부 4년, 진보는커녕···고집·고소·고립 3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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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집·양육·먹고사는 문제가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게 아닌가

이렇게 공론 참여 않는 정권 처음

돈 살포 복지 반대하면 고립 뻔해

복지부 장관 제의 받았지만 거절”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것』 펴내



중앙일보

송호근 교수는 “자유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라며 “자유를 하위개념으로 하는 운동권 정치가 촛불광장의 주권을 독점했다고 비판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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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성향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가 박근혜 탄핵 때부터 최근까지 중앙일보에 게재한 컬럼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을 담은『정의보다 더 소중한 것』(나남출판·사진)을 펴냈다.

중앙일보

송호근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것』 (나남출판)


송 교수는 문 정부 4년에 대해 “진보는커녕 정치의 기본요건도 충족하기 버겁다”며 “그 이유는 ‘고집·고소·고립’의 ‘3고 정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은 좌파인양 쇼하는 정권의 실정을 밝혀 미래 희망을 되찾아야한다는 절박한 각오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그를 만났다.

Q : 책 제목처럼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A : “청년들에겐 일자리, 30~40대엔 집과 양육, 50대 이상에겐 먹고사는 문제 아닐까. 사람들이 이런 작은 꿈이라도 실현하게 해주는 게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게 아닌가. 그런데 (정권에) 이런 얘기를 하면 아예 무시한다. 이 정권처럼 공론에 참여 안 하는 정권은 처음인 것 같다.”

Q : ‘참여정부’ 후신인데.

A : “참여정부는 참모들이 시정에 귀를 기울였다. 운동권 출신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핵심이 죄다 운동권이다. 내가 바라는 목적대로 끌고 가는 게 운동권의 특징이다. 그러니 공론장이 없는 거다.”

Q : 왜 문 대통령은 권력의 핵심을 운동권으로 채웠다고 보나.

A : “본인 의지가 아니라 운동권에 불려 나와 집권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정황을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남북관계나 일본·중국 이슈엔 소신이 있어 보이지만 노동이나 자본정책은 방향을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세계관이 인권·저항·법조계에 국한된 탓 아닐까.”

Q : 현 정권 특징을 ‘3고 정치’로 요약했다.

A : “2018년 3월 청와대에서 정책 강의를 했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 한창 추진되던 때다. ‘취지는 좋은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니 반응이 냉랭했다. 20일 뒤 다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팀과 세미나를 하며 소주성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비서관 중 하나가 ‘자본가들 하는 소리다. 다 엄살이다. 당신도 사실 엄살떨고 있다’고 말하더라.”

Q : 문 정부 초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의받았는데 거절했다고 썼다.

A : “입각하면 틀림없이 고립될 것이라 판단했다. 돈 살포하는 복지를 할텐데, 반대하면 튕겨 나올 것 아닌가.”

Q : 2019년 사회 원로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 조언했다.

A : “대통령이 한마디도 안 하더라. 다른 생각에 잠겨 있나 싶을 정도였다. 말미에 ‘적폐청산을 멈출 수 없다.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만 하더라.”

Q : 친분이 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만난 일화를 책에 썼는데.

A : “2019년 9월 초 조국이 장관에 취임하기 직전 만났다. 내가 ‘(장관) 그만두라.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하니 조국은 ‘나에 대한 검찰 수사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대통령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장관은) 내가 선택한 거다. 운명이다’고 하더라. 할 말이 없더라. 대통령이 조국을 굉장히 아끼는 건 사실이다.”

Q : 조국은 요즘도 SNS에 글을 올리며 정치적 활동을 계속하는데.

A : “얼마 전 ‘조용히 부산 내려가자’고 문자로 칩거를 권했더니 조국은 ‘내 아내(정경심 교수)가 저렇게 됐으니(수감 중이니) 살려야 한다’고 답하더라. 마음이 아프다.”

Q : 임기 1년 남은 문 정부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A : “지난 4년 동안 처럼 증오를 지펴 분열시키는 방식을 이어갈 것이다. 그 외엔 바탕이 없으니까. 나는 정치를 이런 식으로 사유화하는 예를 못 봤다. 이 정권엔 ‘공공성’이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Q : 야당이 지리멸렬한 것도 정권의 독주 원인 아닌가.

A : “보수가 산업화와 성장을 자산으로 삼는 시절은 끝났다. 물러날 사람은 자진해 물러나고 젊은 리더십을 내세워야 한다.”

Q : 사회학자로서 한국 미래를 어떻게 보나?

A :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포트폴리오를 다 갖춘 나라가 거의 없는데 한국은 갖추고 있다. 생존을 위한 무한한 변신능력을 가진 나라라고 본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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