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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홀대받던 이재명의 '기본 시리즈'…野서 핫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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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띄운 건 이재명 경기지사인데, 어느덧 야권이 나서 활발히 논의하는 의제가 있다. 이 지사의 핵심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 얘기다. 한때 보수진영에서 ‘사회주의 정책’ 수준으로 취급받던 기본 시리즈가 마치 국민의힘의 주요 어젠다가 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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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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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열린 국민의힘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선 이 지사의 ‘기본주택’ 정책을 놓고 후보들의 의견이 갈렸다. 나경원 전 의원이 “무주택자라면 소득과 나이를 묻지 않고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 지사의 기본주택에 찬성하느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물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찬성한다. 기본주택은 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장기전세 주택(시프트) 개념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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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조은희, 나경원,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4인 비전합동토론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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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찬성하시는 입장에 깜짝 놀랐다”고 했고, 다른 후보들도 “왜 중산층에 시프트를 주느냐”(조은희 서초구청장), “민간이 자율성을 가져야 공공의 영역도 같이 커질 수 있다”(오신환 전 의원)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기본주택 외에, 기본소득도 언급되는 등 거듭 이 지사가 소환됐다.

대선 잠룡들은 더 노골적으로 이 지사 정책을 불러내고 있다. 이 지사가 지지율 상승세를 탄 최근 몇 달간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앞다퉈 각을 세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은 2일에도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는 돈 먹는 공룡”이라며 “기존의 복지를 그대로 하면서 기본소득을 얹어주려면 그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복지 방해 괴물”이라 부른다.

이런 와중에 당내에선 “배울 건 배우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세연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 출판 기념회에서 ‘우파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했다.

‘1인당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20∼3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의 50%를 받는 내용이 골자다. 김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이 마치 ‘표준 모델’처럼 논의가 되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에서도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처럼 명확한 뜻을 밝힌 건 아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출판한 저서 『김종인, 대화』에서 “(청년들이) 노동 의욕을 잃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우선 기본소득을 제공해 최소한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주자”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달 25일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강연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기본소득이 실제로 되든 안 되든 이 지사는 잃을 게 없다. 일단 그는 던졌으니,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의 주장 틀 안에서 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프레이밍을 참 잘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사가 수년 전 기본 시리즈를 선점한 효과가 뒤늦게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이라는 게 여러 복지 형태의 하나일 뿐인데, 이 지사가 이를 고유 브랜드로 만들었다. 야권에선 무작정 반대하기도 찬성하기도 어렵고, 코로나19 시국에선 아예 외면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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