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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그래서 아버지가 누구냐고요" KTX 햄버거 여성 사건의 전말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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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무시하며 열차 객실에서 마스크 내리고 햄버거 먹어

승무원 안내에도 대놓고 무시하며 큰 소리로 전화통화도

승객들 항의하자 "우리 아빠 누군 줄 아냐", "천하게 생긴 X이" 거칠게 항의

시민들 공분 일고 논란 커지자 "저 자신 돌아봐" 결국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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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KTX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내린채 햄버거 등 음식물을 섭취하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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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KTX 객실 내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햄버거 등 음식물을 먹다가 항의를 받자 "우리 아빠가 누구인지 아느냐"며 욕설과 고성을 내지른 여성 승객을 향한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아버지 권위를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려던 모습은 일종의 괘씸죄에 걸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 모습으로 보여 결국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문제의 여성은 자신의 저지른 일을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KTX 무개념 햄버거 진상녀'라는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글을 올린 작성자 A 씨에 따르면 동대구역에서 탑승한 여성 승객 B 씨는 마스크를 내린 채 열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이를 본 승무원이 "여기서 드시면 안 된다"고 안내하며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으나, B 씨는 승무원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햄버거를 먹었다.


B 씨 인근에 있던 A 씨는 "공용 대중교통 시설인데 죄송하지만 드실 거면 나가서 통로에서 드셔달라"고 하자, B 씨는 "내가 여기서 먹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라며 "없이 생기고 천하게 생긴 X이, 너 우리 아빠가 도대체 누구인줄 알고 그러느냐. 너 같은 거 가만 안 둔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막무가내로 객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B 씨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이후 여론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며 공분이 일었다.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도 방역수칙은 지켜야 한다"면서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요즘, 저런 인간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영상을 보니까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다"라며 "방역수칙 위반은 물론 업무방해 등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B 씨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바로 현장에서 체포했어야 했다"면서 "KTX가 자기 자가용도 아니고 정말 너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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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의 행패를 목격한 한 승객이 난동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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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분노와 같이 B 씨 행패가 KTX 운행방해로 이어졌다면 B 씨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2017년 2월7일 선로에 누워 KTX 운행을 방해한 50대는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술에 취해 KTX열차 선로에 누워 열차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52살 김 모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 "연속적인 미팅으로 너무 허기…날카로운 신경" 행패 부린 여성 결국 사과


이런 가운데 B 씨 영상을 올린 글쓴이는 "더 이상 여성의 아버지를 찾지 말아달라"는 후속 글을 남겼다. A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고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알아내서 고심 끝에 오늘 오전에 문자를 보냈다"며 "결론은 그냥 일반적인 가정의 아가씨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A 씨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이제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정체가 확인됐다"며 "그리고 처음부터 저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에 분노했던 거지, 그분을 상대로 뭐 어찌해 볼 생각은 아니었다.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영상 속 여성에 대해 "저보다 15살 더 어린 아가씨이고, 어제 뉴스 방송 후 일이 커졌기 때문에 본인도 겁을 먹고 있더라"라며 "오늘 안에 진심이 담긴 사과를 요청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욕죄로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그날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다고 재차 죄송하다고 하더라"라며 "본인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던 열차 내 다른 분들께도 죄송하고, 그날 행동은 본인의 신경과민 상태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이슈가 되었으면 본인도 이제 조심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인격을 조금 더 갖추고 겸손하게 살기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A 씨에 따르면 B 씨는 A 씨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 "연속적인 미팅을 끝으로 너무 허기가 져 있었고, 신경도 굉장히 예민하게 날카로워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물론 나의 이런 개인적인 상황에 의미부여를 하는 거 자체가 옳지 않은 판단임을 인지하고 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참 미숙했던 대처였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예민한 시국에 방역 준수를 정확히 지키지 못한 점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고 일차적으로 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시국이 시국인 만큼 남이 보기에도 거슬릴만한 너무나도 당연한 지적을 그땐 왜 그리 크고 예민하게 받아들였는지 그때의 상황을 돌이키고 싶을 정도로 과민하고 격양되었던 나의 반응들과 미숙했던 대처에 다시 한번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반성했다.


◆ 인성교육의 부재…권력 운운하며 사건 해결 모습 오히려 악영향


전문가들은 B 씨가 보인 언행은 윤리의식의 부재이며 결국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치 아버지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말하며 권력을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일종의 괘씸죄 등 본인에게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말과 행동으로 보이며 극도의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인해 이를 지켜보고 감당해야 하는 주위 사람들로서는 불쾌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던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교육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고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의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 절실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행패 과정에서 아버지를 언급, 사실상 권력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 한 지역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면서 "법적으로 아버지의 권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괘씸죄로 좋지 않은 여론만 생긴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반성하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는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B 씨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해당 승객이 두 번의 계도와 경고 조치를 받은 뒤 음식물 섭취를 멈춰 고발에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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