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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벼랑 끝' 신성현이 절대 잊어선 안 될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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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두산 신성현은 지금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1군 캠프를 치르고 있다.

신성현은 2017년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선수다. 당시 상대 카드였던 선수는 최재훈이다.

최재훈은 한화로 가면 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포수였다. 두산이 신성현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일경제

고양 원더스 시절 신성현의 모습. 수비 훈련 뒤 온 몸이 흙 투성이가 됐지만 얼굴만은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고양 원더스


그러나 신성현은 이후 두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 시즌 연속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지난해엔 고작 9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 타율도 0.250에 불과했다.

퓨처스리그서마저 성적이 급락했다. 퓨처스리그 타율 0.21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희망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오재일 이적으로 1루에 자리가 비었다. 좌익수로도 활용이 가능한 선수다. 일단 들어 갈 자리가 생긴 것 만은 분명하다.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모처럼 좋아지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신성현이 타격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장타력이 살아나고 있다. 1루와 외야를 동시에 보다 보면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페이스는 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신성현은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귀한 우타 자원이다. 때문에 신성현이 수년 째 1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어도 포기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런 신성현이 잊어선 안될 사진이 한 장 있다. 바로 고양 원더스 시절 찍힌 사진이다.

신성현이 수비 펑고를 받은 뒤 찍은 것이다. 유니폼은 물론 얼굴까지 온통 흙투성이가 됐다.

당시 고양 원더스의 훈련량은 실로 엄청났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독립 야구단. 모두에게서 버림 받았던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어 준 구단이 바로 고양 원더스였다. 지금은 독립 구단이 여럿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유일한 부활 창구였다.

꼭 지옥 훈련을 해야 기량이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그들에겐 훈련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할 수 있다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선 오직 훈련만이 살 길이었다.

그 힘든 훈련을 마친 뒤 신성현은 웃고 있었다. 끝을 모르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미친듯이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신성현의 표정까지 앗아가진 못했다. 신성현은 진실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시 고양 원더스 투수 코치였던 이상훈 현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선수들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런데 누구나 인생에 고비는 오잖아. 아무리 잘 나갔던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걸 이겨내느냐 지느냐의 차이지. 여기서 이렇게 하고도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거야. 하지만 그 아이들의 가슴 속엔 바위가, 그것도 아주 단단한 바위가 생길 걸. 아무리 큰 파도도 움직일 수 없는 큰 바위. 그게 이 시간을 견뎌낸 훈장 아닐까. 그렇게 생긴 바위는 나중에 우리 선수들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흔들리지 않게 해줄 거야. 사업을 하건, 지도자가 되건, 겁내거나 두려워서 꽁무니를 빼는 사람이 되지는 않도록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이 시간을 이겨낸 선수라면 반드시....”

지금 신성현의 가슴 속에 그 때 만들어진 바위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그렇다면 좀 더 자신을 채찍질 하고 몰아 붙여야 할 것이다. 고양 원더스의 암흑 같던 시절을 이겨내고 프로라는 꿈을 이뤄 낸 신성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신성현은 더 뻗어 나갈 수 있는 선수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왔기에 큰 성과도 얻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이 사진 한 장이 그 증거다. 신성현과 두산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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