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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피의 일요일'을 막아선 수녀...“원한다면 그냥 날 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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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28일은 미얀마에서는 ‘피의 일요일’로 불립니다.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실탄을 발포하면서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이날 거리에서 찍힌 한 수녀의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습니다. 그 수녀는 미얀마 북부 도시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누 따웅 수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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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따웅 수녀가 방패와 총을 든 군경들 앞에서 두 손을 든 채 울먹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천주교연합(UCA)뉴스에 따르면 수녀는 이 당시 군경들을 향해 “시위대는 무기가 없고 평화롭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원한다면 그냥 날 쏘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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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따웅 수녀가 군경들을 막아선 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방패를 든 경찰들은 물론 사진 왼쪽의 군인도 총을 든 채 수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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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추기경은 수녀의 사진을 올리면서 “경찰들은 사람들을 체포하고 폭행했으며 심지어 총을 쏘기까지 했다. 눈물 범벅이 된 누 따웅 수녀는 경찰들을 막아서며 시위대를 체포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고, 약100명 정도의 시위자들이 누 따웅 수녀 덕분에 피신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UCA 뉴스에 따르면 당시 군경에 쫓기던 시위대들은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도망쳤고, 군경들이 뒤따라와 이들을 구타하고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 따웅 수녀가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따르면 당시 이같은 수녀의 행동에 경찰과 군인들이 추격을 멈추고 총을 내려놨다고 합니다.

누 따웅 수녀는 UCA뉴스에 “나는 가톨릭 수녀이지만 미얀마 시민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얀마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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