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홍두사미' 홍남기, '전국민위로금'에 또 '반대'...이번엔 소신 지킬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쓱해진 홍남기의 소신… 지급만 선별, 추경액만 19.5조원
전국민 위로금에 10번째 소신… 가덕신공항도 선택 기로
공무원들 "역사에 기록될 선택…홍 부총리, 소신 위해 職 걸어야"

"가능한 한 보편적 지원보다는 피해계층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지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2일 추가경정예산편성 브리핑 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번째 소신’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추진하려고 하는 전국민 대상 코로나 위로 지원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만나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홍 부총리는 이런 구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9조9000억원 더 발행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48.2%까지 올라가게 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전국민위로금 지급을 위해 나라빚을 더 늘리면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중 50%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방역의 진행상황, 경기회복 상황,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다면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설 여지도 남겨뒀다.

조선비즈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대표의 추경 및 재난지원금 관련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남기 ‘선별지원’ 소신은 무늬만 남아… 국가채무율 50% 육박

홍 부총리는 그간 4차 재난지원금 등 추경과 관련해 ‘선별지원’ 소신을 밝혀왔다. 당초 전국민 지원과 선별지원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선별지원 우선 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홍남기 부총리의 완강한 반대 입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 규모 확대에 부정적인 홍 부총리를 향해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기재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의 소신이 완벽하게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조5000억원이라는 지원금 규모, 노점상·대학생까지 지원금이 내려간 지원 대상을 보면 ‘무늬만 선별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전국민 지급과 다른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은 19조500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4조5000억원은 기존 예산을 활용한다지만 15조원의 추경도 역대 세 번째에 이르는 규모다. 15조원은 국민 전체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 예산(14조3000억원)보다 많다.

여기에 여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시키겠다는 입장인 만큼 추경액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서는 ‘상처 밖에 남지 않은 소신 유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별지원이라고 하지만 추경의 규모가 너무나 커졌다"며 "홍 부총리가 소신을 지켰다고 자평할 수는 있겠지만, 내용상으로는 여당 요구를 다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번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올해 연말 나라빚은 965조9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8.2%대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2021년도 예산을 편성할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47.3%로 예상했다.

조선비즈

그래픽=박길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 넘어 산’ 홍남기…전국민위로금·손실보상제에 ‘난감’

추경을 끝냈지만 홍 부총리는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브리핑 당시 홍 부총리의 표정은 ‘산 넘어 산’ 이라는 곤혹감이 읽혔다. 이낙연 대표의 건의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전국민 위로금 검토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민 위로금은 지급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지만, 사실상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

전국민 위로금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규모와 비교해 15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정도 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중 50% 돌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부총리가 전국민 위로금과 관련해 선별지원이라는 소신을 밝혔지만, 이번 추경 편성 때와 마찬가지로 소신이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고위 연구원은 "홍 부총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재정건전성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낙연 대표와의 문제였기 때문"이라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 지시에 대해서는 기재부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손실보상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당은 3월 국회에서 손실보상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법은 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 정부가 임의로 주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방역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원금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의 손실측정 기준도 논란이다. 현재 기재부는 국세청으로부터 카드내역과 부가세 신고 내역을 보고 있지만, 코로나로 손실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매출은 감소하더라도 비용이 더 많이 줄면서 이익이 난 매장도 있어, 형평성 논란이 반복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며 "문제는 법제화로 재확산→방역→지원금 공식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 관료들 "홍 부총리, 소신 지키기 위한 행동 보여야"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도 홍 부총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여당은 지난달 26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에는 "국가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가재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여당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예타면제 조항에 대해 최근 "예타를 통한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홍 부총리도 지난달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예타 면제 입법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이날 20조원에 가까운 추경안을 발표하면서도 홍남기 부총리는 재전건정성에 대해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신인도 관리가 중요한데 OECD 국가중(2019년 기준) 기축통화국 국가채무비율(평균)은 100%를 넘어서나 반면 비기축통화국 채무비율은 50%를 넘지않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들은 홍 부총리가 소신을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소신을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부처 간부는 "홍 부총리가 전국민 위로금, 손실보상제,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등 역사에 기록될 큰 선택을 앞두고 있다"며 "공무원들 사이에서 선거법위반, 직권남용 등에 걸릴만한 소지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고위 관료도 "상당수 많은 공무원과 부처들에서는 기재부와 부총리의 입장만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홍 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직을 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세종=최효정 기자(saundad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