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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자 어떻게 믿나" LH 임직원, 광명시흥 100억대 투기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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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책 도심 공급 책임 진 LH
공공 개발 신뢰 한순간에 와르르
변창흠 공공 주도 개발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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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 LH공사 직원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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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발표 전 100억원대 투기 의혹이 '2·4 주택 공급대책'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광명시흥지구가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의 명운을 걸라"고 한 2·4 대책에 포함된 신규 공공택지일 뿐 아니라 LH가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도심 개발의 대표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철저한 조사를 천명했지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과 의혹이 벌어진 시기가 일부 겹쳐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렸다. 조사 결과에 따라 2·4 대책을 앞에서 끌고 가야 할 LH는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와 LH는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과 관련된 LH 직원들을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수사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토부에 "해당 지구는 물론 다른 택지개발지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신속히 확인하고, LH 등 토지·주택 정보 취급자들의 이익충돌 등 공직자 윤리 규정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을 통해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사전 투기 의혹을 공개하자 범정부 차원에서 즉각 조치에 나선 것이다. LH는 자체 조사 결과 의혹과 연루된 14명을 확인해 이날 오후 12명을 직무에서 배제시켰다. 2명은 전직 직원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에 따르면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 및 가족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광명시흥지구 내 10개 필지 2만3,028㎡(약 7,000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했다.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3기 신도시의 하나로 지정한 광명시흥지구는 부지 면적 1,271만㎡에 7만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공택지다.

현재로서는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광명시흥지구는 3기 신도시 1차 발표가 있었던 2018년 9월부터 꾸준히 공공택지 후보지역으로 거론됐던 곳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LH 직원들이 공공택지 지정에 따른 토지보상금 혹은 대토보상을 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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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공공기관 간담회 및 청렴 실천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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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불거진 시기도 문제다.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건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다. 참여연대 등이 주장하는 직원들의 투기 시점과 일부 겹쳐 변 장관의 지휘책임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변 장관이 첫 지정한 수도권 공공택지에 그가 이끌었던 LH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투기를 했다는 점도 공교롭다.

투기 의혹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이번 조사는 광명시흥지구에서 2018~2020년에 거래된 토지 중 무작위로 선택한 10개 필지에 대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LH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그간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4 대책 추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변 장관이 획기적인 공급책으로 내세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공공사업자가 LH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공 주도 사업에 불신이 높은데 LH 직원들이 공공택지에서 사전투기를 한 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은 대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 주도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사업의 투명성과 공익성인데, 그 전제가 모두 깨진다면 누가 공공사업자를 믿고 사업에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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