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중수청 반기, 여당과 대립…‘여론전’ 뛰어든 검찰총장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언론과 첫 직접 인터뷰
“수사권 박탈, 기득권 치외법권
민주주의 퇴보·헌법정신 말살”
검찰 내부 반발과 위기감 반영
‘권한 넘은 과도한 대응’ 지적도

청 “절차에 따라 의견 개진해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말살”이라며 “국민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배경에는 여권의 검찰개혁에 밀려온 검찰이 이른바 ‘특수수사’만큼은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아직 중수청 관련 당론을 확정하지 않았고, 입법부가 논의 중인 상황에서 나온 윤 총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섣부르며, 정치적 행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 총장의 대응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달리 검찰 조직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대 여당이 가진 표를 이용해 중수청 설치를 밀어붙일 경우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상황이어서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2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중수청 설치 반대 의사를 밝히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단죄하는 반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건일수록 범죄는 교묘하고 대응은 치밀하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 된다”며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냐”며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면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윤 총장은 검사 생활 27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공식 석상이 아니면 외부 발언을 자제하던 윤 총장이 이번에는 대검 입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나서 중수청과 여권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이 일부 권한을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준 데 이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특수통’ 검사로 살아온 윤 총장 개인의 소신과 경험도 반영됐다. A차장검사는 “윤 총장은 평생 특수수사를 한 사람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여권 강경파가 중수청을 강행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윤 총장이 퇴임을 4개월 남겨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B부장검사는 “현직 총장으로서 인터뷰할 사실상 마지막 시점”이라며 “두어 달 지나고 여권에서 차기 총장을 논의하면 윤 총장이 무슨 자격으로 중수청 얘기를 하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이 중수청 추진을 아직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 총장이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형사사법제도를 바꾸는 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윤 총장이 언론을 통해 의견을 내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도 “검찰이 스스로 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서 국회 논의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평가절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을 두루 종합해 입법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진무·박은하·이주영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돌아온 광장, 제주도 ‘일호’의 변신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