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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고픈 형제 '선행' 치킨집, '돈쭐' 주문폭주 그날 있었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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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치킨 철인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 (좌) 치킨을 대접받은 고등학생이 쓴 손편지 (우)


"별일 아닙니다. 통화를 못하니 죄송합니다."

2일 기자가 통화를 시도한 한 프랜차이즈 치킨 철인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사진)는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고사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전 국민에게 알려진 그의 아름다운 선행도 별것 아니라며 겸손해했다. 어려운 형편의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했던 박씨의 미담이 세간에 전해지면서 이 점포엔 지난달 말부터 시민들의 격려 전화와 응원 메시지는 물론 치킨 주문이 폭주했다.

일부는 "거리가 있어 직접 가지는 못하고 주문만 했다" "서초동이라 주문만 했다" 등 리뷰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남기기도 했다.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을 합친 신조어로 선행을 베푼 업소 주인을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이 이어지면서 주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자 박씨는 이날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영업 중단의 이유로 '품질 유지'를 들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2일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서울시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박씨는 배민 리뷰에 "밀려오는 주문을 다 받고자 하니 100%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서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며 "이른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이번 일에 대해 "특별한 일,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굳게 믿기에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부끄럽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1월 본사로 온 손편지를 공개하면서 박씨의 가게는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편지는 지난해 박씨에게 치킨을 대접 받은 형제 중 형인 고등학생 A군이 보낸 것이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편지에는 당시 상황과 박씨에 대한 고마움 등이 적혀 있었다.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택배 상하차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A군은 몸이 편찮은 할머니와 7세 차이가 나는 남동생과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A군은 편지에서 "치킨이 먹고 싶다며 보채는 남동생을 달래려고 거리로 나왔지만, 주머니에 5000원밖에 없어 치킨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망원시장에서부터 다른 치킨집도 걸어서 들어가 봤지만 (치킨을) 사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A군은 "가게 간판을 보고 가게 앞에서 쭈뼛쭈뼛해 하는 저희를 보고 사장님께서 들어오라고 했다"며 "사정을 말하니 먹고 가라고 해서 얼떨결에 앉아서 먹었다"고 밝혔다.

또 이후로 몇 차례 더 찾아 온 형제에게 박씨는 치킨을 대접하고, 머리를 깎아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을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편지가 전해지자 박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확히 언제쯤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편지 속 형제의 두 얼굴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며 "얼굴을 못 본 지 오래돼 잘 지내고 있는지 문득 생각이 날 때도 많았는데 편지로나마 안부를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부담 갖지 말고 동생이랑 가게에 한 번 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해당 점주의 선행에 감동받아 영업에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했다"며 "많은 분에게 따뜻한 마음을 안겨주어서 장학금을 꼭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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