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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백신 나오자 K진단키트 수출 주춤한데…1위 씨젠, 생산능력 2배 늘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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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진단키트, 1월 수출액 44% 감소했지만
팬데믹 장기화·변이 확산 등에 따른 수요 기대
씨젠, 생산능력 2배로…업계 전반 공급 확대 전망
정확도·속도 높이고, 백신 효능 측정용 키트 개발

조선비즈

씨젠의료재단 병리센터 직원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이용해 진단 검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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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고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진단키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1위 업체인 씨젠(096530)은 오히려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 시장 상황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2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수출액은 1억7320만달러(약 1946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3억1008만달러·3481억원) 대비 44% 줄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약 9000만달러(약 1000억원)로 잠정 집계돼, 1월보다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매달 수출 실적의 30~50%를 담당해온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의 9.2배, 30배로 성장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함께 매출 1조 클럽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는 백신 보급에 따라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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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단키트를 한 손에 쥔 피검사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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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에도 씨젠은 올해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내 생산시설 확충을 완료해 진단키트 생산능력을 지난해(2조원 규모)의 2배 이상인 5조원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씨젠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068270)한미약품(128940)등 주요 의약품 개발사들도 최근 진단키트 사업 진출을 공식화해 국산 진단키트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백신이 보급돼도 효능과 면역 유지 기간에 한계가 있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종식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단키트 수출 실적이 3차 대유행 직전이었던 지난해 7~8월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주기적인 재유행에 따라 진단키트 수요도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최근 CNN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오는 4~5월 미국에서 대유행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체들은 신기술 개발로 기존 진단키트보다 경쟁력 높은 제품을 출시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제품 수요에도 대비하고 있다. 씨젠, 마크로젠(038290), 필로시스헬스케어 등은 타액(침) 속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검사는 모두 피검사자의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피검사자가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고 검사에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침만 뱉어 검사하는 방식은 검사 시간을 줄이고 직접 방문할 필요도 없어 상용화가 되면 기존 진단키트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받지만, 침 속의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아직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6일 씨젠은 비인두 검체 검사의 정확도를 96% 수준으로 높인 타액 검사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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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플렉시스가 개발한 항체진단키트.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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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와 속도 성능을 모두 갖춘 진단키트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진단키트는 정확도가 95% 정도로 높은 대신 6시간 이상이 걸리는 분자진단(PCR)과, 20분만에 진단이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70% 정도로 낮은 항원진단 방식으로 나뉜다. 두 방식의 장점을 합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노엔텍(039860)은 반도체 정밀 설계 기술을 응용해 정확도를 PCR 수준으로 높인 항원진단키트를 개발, 지난 연말부터 이탈리아에 60만개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연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업체명과 기술이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업체는 3분 만에 95% 정확도로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이달 안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렇게 공언한 만큼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받고 있다.

PCR, 항원진단보다 쓰임새가 적었던 항체진단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항체진단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항해 몸속에 생기는 항체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사후 진단을 통해 무증상 감염자 규모를 조사하는 데 쓰여왔다. 앞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됨에 따라 접종자들에게 면역력이 얼마나 생겼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10배 성장을 이룬 수젠텍은 백신 접종에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항체진단키트를 출시해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GC녹십자엠에스(142280)도 지난달 영국 진단키트 업체 이뮤노텍과 손잡고 점유율 선점에 나섰다.

최근 확산 중인 변이 바이러스도 진단키트 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기존 진단키트도 일부 변이 바이러스 감지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파력, 재감염률, 치명률이 더 높아진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와 함께 핀란드·캘리포니아 등 추가 변이까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씨젠, 피씨엘(241820), 바이오니아(064550)등이 변이용 진단키트를 개발·출시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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