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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 (수)

車에 6시간 고립… 기름 떨어져 추위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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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날 강원도 눈폭탄

3·1절 연휴 마지막 날인 1일 강원도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5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며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도로에 차량 수백 대가 고립됐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동해고속도로 속초 구간이 전면 통제됐고, 속초와 인제를 연결하는 미시령 동서 관통도로에선 차량 수백 대가 쏟아진 눈 속에 오도 가도 못 하고 최장 6시간째 갇혀 있는 상황도 발생했다. 서울 등 수도권으로 향하던 동해안 나들이객 차량들은 길이 뚫리기만을 기다리며 추운 날씨에 눈길 위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조선일보

1일 강원도 속초시 미시령 도로에서 시민들이 눈길에 서 있는 차량을 뒤에서 밀고 있다. 이날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오르막길을 주행하지 못하는 차량이 속촐했다. 강원 영동 지역과 동해안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가 마비돼 연휴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민들은 길게는 6시간 넘게 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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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현재 미시령에 58.0㎝, 진부령 53.7㎝, 속초 설악동 41.0㎝, 북강릉 30.8㎝, 양양 23.7㎝ 등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오후 들어 눈발이 굵어지면서 영동 중북부 지역에 오후 3시를 기해 대설 경보가 발효됐다.

동해고속도로 속초 IC와 북양양IC 사이 2㎞ 구간은 이날 밤늦게까지도 양방향 모두 눈에 파묻힌 차량이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도로 관리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이 구간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제설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뒤엉키고 추돌 사고까지 속출해 정체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밤 10시 30분 현재 이 구간에 700여 대의 차량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운전자와 동승자들은 차 속에 갇혀 추위에 떨어야 했다. 한 운전자는 “눈 속에 꼼짝없이 갇혀 있으면서 계속 시동을 걸고 히터를 켜고 있었더니 나중에는 기름이 떨어져서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이날 속초에서 춘천으로 향했던 박모(48)씨는 “평소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했는데 8시간 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모씨는 “갓길까지 차들이 엉켜 있다”며 “6시간 넘게 차 안에 고립돼 있는데, 허기가 지고 목이 마르다. 화장실 이용도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눈길에 약한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방식 수입차를 갓길에 두고 떠난 운전자도 있었다.

조선일보

봄나들이 갔다 폭설에 갇혔다… 강원에 최대 58㎝ - 1일 오후 폭설이 내려 눈밭으로 변한 강원도 고성군 미시령 동서관통도로에 차량들이 뒤엉켜 멈춰 서 있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월동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차량이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미시령 적설량은 58㎝를 기록했다. 2일 아침까지 강원 영동 지방에 최대 50㎝ 이상 많은 눈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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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동서 관통도로에서는 눈발이 굵어진 오후부터 월동 장비를 갖추지 못한 차량이 언덕길에서 미끄러져 도로를 가로막으면서 양방향 차량이 오도 가도 못 했다. 한 운전자는 “5시간 넘게 고립됐는데 제설차가 단 한 대도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역주행해서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에 출장을 갔다 오던 김호형(47)씨는 “미시령터널에서 3시간 넘게, 고속도로에서도 6시간 넘게 고립돼, 12시간이 지났지만 춘천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제설차 101대를 투입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차량들이 오르막 구간을 올라가지 못하면서 뒤따르던 일부 제설차까지 도로에 갇혔다”고 밝혔다. 고속도로와 국도 주변 휴게소와 졸음 쉼터에도 차량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 운전자는 “휴게소에 들어가는 데 한 시간, 밖으로 나오는 데는 그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폭설로 눈 덮인 도로에 갇힌 사람들의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재난 영화를 체험 중” “기름은 있는데 먹을 게 없다” 등 현장 상황을 전하며 빠른 제설 작업을 요구했다. 김모씨는 ‘양양 폭설 헬게이트’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휴게소 주유소에서 2시간 기다리다 기름통에 휘발유를 받아 넣었다. 이제 서울로 10시간째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강원 영동 지역 폭설과 관련,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 조치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군 인력도 투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밤 인근 군부대 인력 160여명을 긴급 투입해 정체 차량 견인 등 지원에 나섰다.

[강릉=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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