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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20명 숙소서 기성용에 당했다" vs "그게 가능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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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주장 인물, 기성용 쌍방 인터뷰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기성용(32ㆍFC서울)과 ‘모 대학 외래교수’로부터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며 후배 A와 B씨가 주장하고 나서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2월 27일 중앙일보 기자를 만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20여 명이 자는 단체 숙소에서 다른 부원들도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목격자의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2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부원들도 있는 곳에서 당했다"



중앙일보

FC서울 기성용 선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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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A·B씨와의 일문일답.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A씨: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0년도 1월부터 6월까지 약 6개월간 최소 10회 이상 유사성행위를 강요당했다. 특히 1월 경 B와 같이 불려간 날은 잊을 수 없다. 20여명이 같이 자는 축구부 단체 숙소에 그들(기성용과 외래교수)이 사물함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있었다. 숙소는 방에 침대가 없고 벽 한쪽에 사물함만 있는 구조다. 숙소에 다른 부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나는 그날 하기 싫어서 핑계를 댔다. 마침 구단 관계자였던 아버지가 해외 전지훈련을 간 날이었는데,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걱정된다’며 울었더니 다른 선배가 그럼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옆에서 혼자 하던 B와 눈이 마주쳤다.

B씨: 그 날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이유다. 당시에 ‘A만 혼자 빠져나갔다’고 생각해 배신감을 느꼈다. 나중에 A와 두고두고 그 날 얘기를 했다. 너만 혼자 거짓말해서 빠져나갔다고 비난하면, A는 ‘네가 한 그 사람(기성용)은 대스타라도 됐지 않냐’면서 씁쓸한 농담을 했다.

-왜 거절하지 못했나.



A씨: 우리가 처음부터 좋다고 했을 것 같나. 당연히 싫다고 했다. 대들지는 못하고 ‘아 형~ 안 하면 안 돼요?’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운동부에서 폭력이 일상화된 시대였다. ‘허벅지 시그니’라고 허벅지의 연약한 부분을 무릎으로 찍어버리는 일을 자주 당했다.

B씨: 나는 집도 어려웠고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했다. A처럼 눈물 흘리면서 가족들 핑계를 댈 만한 배경도 없다며 한탄했다. 아, 나는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수 없구나 싶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너무 어렸다.

-피해자는 두 사람뿐인가? 왜 대상이 됐나?



A씨: 다른 피해자가 또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둘은 소위 말하는 ‘찐따’였다. 동기들한테도 맞을 정도로. B는 굉장히 위축돼 있었다. 부모님께 이를 수 없었던 건 1년 중에 부모님과 생활하는 시간보다 숙소에서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당시 일주일에 한 번씩 ‘적기 시간’ 이라고 자신이 당한 폭행 사실을 적는 시간이 있었는데 차마 적지 못했다.

-피해자라는 두 사람이 중학생 시절엔 후배들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A씨: 우리도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피해자들에게 다시 사과드린다. 찾아가서 직접 사과할것이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2004년도에 축구팀 동기 10여 명이 후배들을 폭행하고 성폭행했다며 후배 중 누군가가 구단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당시 동기 10명의 가해 사실이 다 똑같은 건 아니다. 누군가는 폭행만 했고, 누군가는 성추행만 했고, 누군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명이 다 같은 명목으로 처벌을 받고 징계를 받았다. 그 일로 나는 전학 처분을 받고 해외 유학을 갔다. 2004년 사건은 모두 사실이며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B씨: 우리가 행한 폭력이 당한 폭력보다 덜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해자라고 해서 2000년에 당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어느 쪽이든 가해자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으면 된다.

-두 번째 폭로 보도자료에서 ‘성폭력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 증거란 무엇인가.

A씨: 증거에 관한 부분은 모두 변호사에게 일임했다. 변호사가 판단할 일이다.

-기성용 측과 접촉한 적이 있다는데 어떤 말이 오갔나.

B씨: 양쪽에 모두 친분이 있는 한 후배가 나에게 통화해보라며 기성용의 연락처를 보냈다. 약 25분간 기성용과 통화했다. 기성용은 가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를 내라고 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내가 ‘형이 우리에게 기회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로 계속 얘기가 어긋났고 나는 ‘그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 24일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첫 폭로가 나왔고, 26일 두 번째 폭로를 했다. 그 사이 폭로를 번복하려 했던 걸로 아는데 왜 그랬나.



A씨: 축구업계에 우리의 신상이 다 퍼졌다. 2004년 사건이 들춰지면서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받았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었다. ‘이렇게 게 된 거 내가 다 욕먹고 떠안고 갈 테니까 만나서 사과만 해라’고 요구를 했고, 기성용 측은 ‘오보 기사를 내주면 만나주겠다’고 했다. 그 제안을 놓고 고민한 것이다.

-기성용의 돈을 노리고 폭로했다는 의혹도 있다. 20년이 지나서 왜 뒤늦게 폭로를 했나.

A씨: 나는 상대편에도 ‘돈 필요 없다, 사과만 하라’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공소시효도 지났고 20년 전 일로 소송을 할 수도 없다. 상대편이 우리를 무고죄나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할 위험만 있다. 그런데도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미투’ 흐름이 일면서 용기를 냈다. 상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높은 산같이 느껴졌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변호사를 찾아간 것이다.

B씨: 우리는 적어도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왜 상대편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가. 끝까지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당시 성폭력은 숙소에 다른 선수들도 있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목격자나 또 다른 피해자나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가진 사람이 나와줬으면 한다.



기성용 "구조적으로 불가능. 법적 대응할 것"



중앙일보

FC 서울 기성용 선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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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성용은 “모든 것을 반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후배 2명이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데.

기: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당시 합숙소 환경을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동계전지훈련 기간부터 그런 일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이 기간은 새벽부터 시작해 지옥 같은 스케줄이 끝나면 녹초가 됐다. 당시 나는 밤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고 감독님의 눈을 피해 그런 충격적인 가혹 행위가 발생할 환경도 안 됐다. 이를 입증할 증거들이 있다. 또 당시 여러 명의 선후배가 모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말이 안나올 수가 있었겠는가.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어도 누군가는 감독님에게 고발을 했을 것이다.

-가혹행위를 익명으로 써내는 ‘적기 시간’에 아무 것도 적지 못 했다고 A씨 등은 주장한다.

기: 아니다. 당시 세세한 것까지 적어내는 분위기였고 이름이 적힌 사람은 징벌을 받았다. 또 A씨의 경우는 아버지가 축구업계 높은 지위에 있어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그런 배경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그 친구를 골라서 건드리겠는가.

-두 사람이 허위 사실을 지어낸 것인가.

기: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완전한 음해다. 나도 수없이 생각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럴까. 그런데 첫 폭로 이후 A씨의 태도에서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뒤로는 끊임없이 후배를 통해 나에게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다.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고 했다고 하더라. 그런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이 왜 ‘가해자’를 못 만나서 안달일까. ‘허심탄회’라는 표현을 쓰는 게 가능한가. 착실히 반박 증거를 모아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A·B씨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명의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이번 폭로의 신빙성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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