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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헤엄 귀순’ 눈뜨고 놓친 22사단, 재창설 수준으로 싹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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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근 이른바 ‘헤엄 귀순’ 사건으로 도마위에 오른 육군제22보병사단을 ‘재창설’ 수준으로 완전히 개조하는 작업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22사단에 대해 이르면 이달 초부터 현재 병력 및 부대구조와 작전 책임구역 범위의 적정성, 과학화 경계·감시장비 성능 등의 진단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정부 관계자가 1일 밝혔다.

강원 고성지역 일원의 전방 및 해안 경계 임무를 맡는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부대로 알려졌다. 지난 10여년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사단장이 그렇지 않은 사단장보다 많다고 할 정도다. 지난 2005년 황만호 월북 사건으로 사단장이 문책을 당했고, 2009년엔 민간인이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하기도 했다. 2012년엔 ‘노크 귀순’사건이 있었고, 2014년엔 임 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단장과 참모들이 줄줄이 보직 해임됐다. 지난해 11월엔 이 지역에서 북 민간인이 철책을 뛰어 넘어 귀순하기도 했다. 경계가 뚫릴 때마다 문책과 대책 발표가 있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자 22사단에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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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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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군은 22사단 개조 작업을 국방부 국방개혁실 주도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며 필요에 따라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국방개혁실 등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곧 22사단과 상급 부대인 8군단 등을 현장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개혁2.0에 따라 인근 23사단과 8군단이 올해 해체되면 22사단의 작전과 경계 임무 등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3사단이 해체되면 22사단의 책임구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2사단의 현재 병력 수준과 부대 구조가 적정한지에 대한 진단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 경계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책임구역을 보면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한다. 다른 GOP 사단의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넓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계 임무를 맡는 2개 여단과 1개 예비여단으로 구성된 다른 GOP 사단과 달리 22사단은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을 모두 육상과 해안 경계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쉴새 없이 병력을 사실상 풀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22사단이 일반 사단의 경계책임구역보다 2∼4배 넓은 특수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단과 똑같이 1000 여명을 줄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사분계선(MDL)과 맞닿은 철책 지역은 한국군 최전방 지역 중에서도 가장 험준해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 운용이나 작전병력 투입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번에 22사단의 해안경계감시 과학화 장비 성능도 검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치된 경계감시 장비는 사람은 물론이고 새를 포착했을 때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씨에도 수시로 알람이 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상륙할 때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알람)이 떴지만, 영상감시병은 자연현상에 따른 오·경보로 판단했다. 군 당국도 이에 대해선 명백한 과오라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헤엄 귀순’의 감시 실패에 대한 지휘관 등의 문책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단지 구조적인 문제로만 보기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 남성이 지난 16일 새벽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해안 철책 하단의 배수로로 통과하기 전까지 해안 경계 근거리감시카메라(CCTV) 등 카메라에 총 8차례 포착됐다고 하는데 당시 해당 부대는 아무런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국방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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