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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몰래 임신한 사기꾼” 비난…합계출산율 0.84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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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결혼 계획이 생겼는데 원장이 결혼이나 임신을 할 생각이면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합니다,”(어린이집 교사 A씨)

“명목상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이유로 저를 해고해 놓고 제 자리에 직원을 뽑는다고 공고했습니다.”(출산 예정인 B씨)

“육아휴직 후 업무에서 배제된 뒤 권고사직을 당했고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중견기업 10년차 남성 C씨)

“자신이 퇴사를 종용해 유산 위험을 느낀 임신한 직원이 퇴사하자 병원장이 ‘입사할 때는 임신 계획이 없다고 하더니 몰래 임신한 사기꾼’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고 다닙니다.”(간호사 D씨)

지난해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합계출산율)가 0.84명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63명)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율 하락으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처음 발생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2월 접수한 임신·출산·육아 관련 제보를 1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특히 민간 중소기업에서는 법에 보장된 권리는 그림의떡”이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여성 노동자의 혼인, 임신, 출산을 퇴직 사유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되지만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선 A씨는 원장을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원장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도리어 A씨를 권고사직시킨 뒤 자진퇴사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직장갑질119는 “임신, 출산, 육아휴직을 빌미로 괴롭힘을 당해 사직한 경우 정부는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정부가 형식이 아닌 실질을 따져 이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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