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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약 바이오 35년 '한우물'만 판 애널 "호재 나오면 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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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하태기 상상인증권 상무. [사진 =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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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종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에는 대형주 쏠림현상에 급등장에서 소외됐고, 지수의 조정국면에서는 함께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2% 빠진 4485.29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종가인 5517.31과 비교하면 18.71%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73.47에서 3012.95으로 4.56% 상승했다.

국내 1세대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인 하태기 상상인증권 상무는 "성공적인 임상 데이터가 발표되거나, 대규모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기업이 출현하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업종 수익률이 부진했던 배경에 대해 하 상무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대형주가 포진한 성장 테마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업종 내부적으로도 일부 기업의 임상 중단 등의 악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작년 한 해 동안 치료제·백신 개발 테마 열풍의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 상무는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테마주는 시장 컨센서스(공감대)보다 더 급등했다"며 "유동성 장세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의 통화당국이 적극적인 통화 팽창 정책에 나서면서 풀린 유동성이 증시를 밀어 올렸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테마주에도 많은 돈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 "오버슈팅,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역사적으로 반복"


올해로 35년째 제약·바이오 업종을 분석하고 있는 하 상무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 역사를 시작부터 지켜봐왔다. 그는 "제약·바이오주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동성이 많다"며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없어 좋게 보일 때는 급등했다가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급락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주 역사가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제약기업들이 R&D 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1987년 미국의 물질특허 제도 도입이었다. 특허로 등록된지 20년이 넘지 않은 의약품을 만들어 파는 데 제약이 생기면서 제약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 상무가 증권사에 입사해 지금의 리서치센터 격인 조사부에 배치된 시기이기도 하다.

"제약업계의 R&D 투자가 시작된 뒤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 한국에서도 물질특허 등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특허가 등록될 때마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뒤 시간이 지나면 제 자리로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신약은 환자가 아닌 증시에만 효험이 있다'는 유행어가 돌기도 했다."

한국 제약업계의 10년 넘는 R&D 투자 끝에 SK케미칼이 첫 번째 국산신약인 항암제 선플라주를 지난 1999년 허가받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매년 국산신약이 허가됐고, 기술수출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창기 국산신약들은 상업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하 상무는 "선플라주를 개발하면서 SK케미칼의 주가가 크게 움직였지만, 허가 이후 매출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상업성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고, 주가도 결국 제 자리로 회귀했다"며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본부)과 유한양행, 일양약품도 항생제와 위궤양치료제 등의 해외 기술수출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잇따른 대규모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한국 신약개발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뒤이어 신약 개발 기대감에 급등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목록을 장악하기도 했다.

다만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신화를 썼던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잇따라 반환받고, 신약 개발 기대감이 높던 바이오벤처들의 임상 실패 사례가 나오면서 제약·바이오업종은 부침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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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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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2C 방식 화장품·건기식 신사업 전망은 일반약 판매량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때 꼭 신약 개발 기대감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하 상무 역시 제약·바이오 업종에 신약 개발 모멘텀만 주목받던 시절 증시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동국제약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신사업으로 추진한 화장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동국제약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501억원에서 작년 836억원으로 3년동안 연평균 22.29%씩 증가했다.

"동국제약은 기존 사업도 꾸준히 잘 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신규 사업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좋다고 판단했다. 다른 제약사들의 성장이 주춤할 때 동국제약은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특히 (동국제약의 인기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에서 콘셉트 실마리를 찾은 마데카크림이라는 화장품을 출시할 때 성공 가능성을 예감했다."

하 상무가 주목한 동국제약의 또 다른 능력은 일반의약품 마케팅 역량이었다. 동국제약은 잇몸치료제 인사돌, 탈모치료제 판시딜, 치질 치료제 치센, 갱년기 증후군 치료제 훼라민큐 등 일반의약품 마케팅 경험이 풍부했다. 제약사들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판매가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의약품 판매 노하우를 신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하 상무는 설명했다. 일반의약품 역시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지만, TV 광고 등이 가능해 제약사의 소비자 대상 마케팅 역량에 판매량이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인 제약사의 주력 사업 분야로 삼는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의 대상이 의사다. 기업간 거래(B2B)에 가깝다. 때문에 대개의 전통 제약사들에게 B2C 방식으로 판매해야 하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생소한 영역일 수 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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