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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임신부까지 무차별 사격..."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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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합니까.”

대학생인 니 니 아웅 뗏 나잉(23)은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지기 하루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해시태그(#)를 남겼다. 다음날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 흘레단 거리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군경이 쏜 총에 가슴을 맞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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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니 아웅 뗏 나잉이 숨지기 전날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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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질 당시 그의 오른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정확히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총에 맞아 쓰러진 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총 맞았어”라고 말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임신부·길 가던 여성까지 무차별 총격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피로 번진 그의 티셔츠에 ‘봄의 혁명’이란 글이 쓰여져 있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아랍의 봄’에서 이름을 따온 ‘아시아의 봄’으로 명명되고 있다.

나잉은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지난달 28일 희생된 미얀마 시민 중 1명이다. 유엔인권사무소는 군부의 발포로 이날 하루에만 최소 18명 이상이 숨져 쿠데타가 일어난 후 최악의 참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숨진 사람 중에는 임신부, 청소년까지 포함돼 있어 군부의 사격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는 지를 보여준다.

양곤에서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하려던 중학교 교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SNS의 사진을 보면 그는 만삭에 가까운 임신부였다. 만달레이에서는 시위 참가자도 아닌 한 여성이 길을 걷다 군부 저격수의 총에 맞아 즉사했다. 한부모 여성인 그는 아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가던 중이었다. SNS에는 “엄마를 돌려달라”며 울고 있는 어린 소년의 사진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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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이 전날 군부의 총에 맞아 숨진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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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는 이날 하루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이 26명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는 쿠데타 이후 전날까지 최소 30명이 군경에 의해 숨졌고, 113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유엔 “규탄만으로 충분치 않아…행동해야”

최악의 유혈참사가 빚어지자 톰 앤드루스 유엔 미안먀 인권 특별보고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군사정권이 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얀마 국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쿠데타를) 규탄하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 세계가 행동해야 한다”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앤드루스 특별보고관은 그 방법으로 미얀마 무기 수출 금지와 유혈진압 등에 책임있는 이들을 겨냥한 제재 그리고 군정이 소유하거나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 등을 제시했다. 또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요할 경우 무력을 통한 제재를 허용하는 ‘유엔 헌장 7조’ 발동을 고려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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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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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은 군부에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쿠데타 및 폭력 발생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가로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추가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고,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즉각 이런 상황 전개에 대응해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제재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려면 미얀마와 경제적 교류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미얀마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별 순위에서 8위에 해당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미얀마의 가장 큰 무기 수출국인 중국은 물론 FDI 1~6위 안에 드는 싱가포르·홍콩·태국·베트남 등은 별다른 제재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밀크티 동맹’, 국가 대신 우리가 나선다

홍콩·태국 등 주변 국가들이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동안 미얀마 시민들의 가장 강력한 국제적 우군으로 나선 것은 ‘밀크티 동맹’이라 불리는 아시아의 젊은 민주화 지지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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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태국의 반정부 시위 당시 SNS에 확산되던 ‘밀크티 동맹’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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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 공유되고 있는 ‘밀크티 동맹’의 새로운 포스터. 대만, 태국, 홍콩에 이어 인도와 미얀마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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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 동맹’은 지난해 태국의 한 유명 배우가 홍콩 민주화 시위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SNS 글을 올렸다가 중국 네티즌의 포화를 맞은 사건을 계기로 결성됐다. 태국 네티즌들이 “우리는 중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들고 일어나자, 홍콩과 대만 네티즌들이 지원 사격을 벌인 사건이다. 세 나라 모두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과 달리 밀크티를 마신다는 공통점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후 ‘밀크티 동맹’은 단순한 반중 연대가 아닌, 아시아의 민주 시위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만든 ‘밀크티 동맹’ 포스터에는 홍콩·대만·태국 뿐 아니라 대규모 농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인도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가 최근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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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밀크티 동맹’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저항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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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로 SNS 상에서 느슨한 연대로 해시태그 운동을 전개해 왔던 이들이지만, ‘피의 일요일’이 벌어진 28일에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활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홍콩과 태국 방콕,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많게는 수백명, 적게는 수십명의 청년들이 모여 미얀마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무차별 총격으로 충격에 휩싸인 와중에도 SNS에 ‘밀크티 동맹’의 연대 시위에 감사를 표하는 트윗을 올리며 “미얀마는 (아시아의) 청년들이 주도하는 ‘밀크티 동맹’과 함께 ‘아시아의 봄’을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공유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군부의 가장 큰 실수는 Z세대를 간과한 것”이라며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면 아웅산 수지와 군부의 정치적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부패를 혐오하고 민주주의를 원하는 Z세대가 광범위하게 합류하면서 시위는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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