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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모두 퇴사해달라" 20조원대 반도체 야심 꺾인 中…초라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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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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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야심 차게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20조 원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중국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초라한 성적표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2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는 최근 240여 명의 전 직원에게 퇴사를 요구했다. 회사의 재가동 계획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7나노미터(㎚)이하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목표로 우한에 설립됐다.


우한시의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됐거나 투자될 자금은 총 1,280억 위안(약 22조 원)에 달한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한 대만 TSMC의 최고 기술자였던 장상이(蔣尙義)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자금난에 봉착해 표류하기 시작했다. 결국 채권자들이 토지를 압류하면서 회생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CEO 장상이 역시 짧은 HSMC 시절을 '악몽'이라고 묘사하며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로 옮겼다.


우한시 정부가 작년 이 회사를 직접 인수하며 잠시 회생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번 해고 통보를 계기로 결국 청산 수순을 밟을 확률이 커졌다.


SCMP는 "이 프로젝트 실패는 반도체 자립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좌절된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가장 큰 약점인 반도체 외부 의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반도체 자립'의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평했다.


중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기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약진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반도체 부문에 있어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처진 편이다.


그동안은 미국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해왔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정보통신기업들이 부품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편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전년보다 14.6% 증가한 3,500억 달러다. 이는 작년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를 넘는 규모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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