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올해 첫 추경을 당초 전망보다 더 늘어난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지원 대상에 없던 노점상과 법인택시 기사, 부모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대학생에게도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 같은 신규 지원 대상 인원만 약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2021년도 1차 추경 및 4차 재난지원금'을 주제로 고위급 협의를 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제도 보호망에 들어와 있지 않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수급계층 1인당) 받는 액수도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4월 초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에서 확장 편성을 압박해 20조원에 달하는 예산안이 만들어졌다. '(지원 범위는) 더 넓게, (1인당 수급액은) 더 두텁게, (지급 속도는) 더 신속하게' 편성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던 이 대표의 의지가 관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일반업종 새희망자금의 매출액 기준이 4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확대되고, 1인이 다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에 중복 지원이 이뤄진다. 그간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노점상 4만여 곳과 임시일용직 등은 50만원의 한시 생계지원금을 지급받는다. 아울러 부모님의 실직·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에게도 특별근로장학금을 지급한다. 2·3차 지원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한 특수고용자(특고)·프리랜서 일부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원 대상에 추가된다. 정부 방역지침을 어긴 소상공인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적용되지 않았다. 약 700만명이 4차 지원금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7900만명분 구매·접종에 필요한 재원도 추경에 전액 반영됐다. 지난해 1차 추경이 3월 초 제출돼 12일 만에 국회를 통과하며 '날림 편성'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 첫 편성되는 추경은 이보다 국회 제출·통과가 더 빨라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은 규모 면에서도 앞선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뛰어넘는 최대 액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지원금 편성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에 따른 국가 채무 확대를 마냥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에 편성된 본예산에서 덜 중요한 것들을 발굴해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대량 전용해 채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세균 총리는 이날 "향후 국가적 재난에 따른 영업정지 방침으로 피해 입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 3법' 마련을 위해 당정 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 양연호 기자 / 성승훈 기자]
"그때까지 못버텨"…자영업 7월 코로나 손실보상 '반발'
與, 손실보상법안 발의
거리두기 위반하면 지급 취소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범위는
시행령에 위임, 조정여지 남겨
단순히 매출 감소한 업종 제외
보상법 소급적용은 안하기로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 및 4차 재난지원금` 고위급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 총리, 이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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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20조원 규모 추경을 정부와 확정하기 전날인 지난 27일 '손실보상법안'을 발의했다. 손실보상지원금의 경우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의해 임의로 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조치에 의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면 앞으로는 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이르면 올 7월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법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다만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으나 단순히 매출이 줄어든 일반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상공인들은 애초 요구한 '보상법'보다는 '지원법'에 가까운 내용인 데다 시행 시기도 올 하반기 이후여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이 같은 자영업 손실보상 방안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당정 간 물밑 협의를 거친 법안이라는 의미다. 여당은 3월 국회에서 손실보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법안은 우선 자영업 손실보상의 법적 근거를 소상공인지원법에 담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감염병예방법상에 근거를 두는 방안도 얘기가 됐지만 그렇게 하면 보상 대상이 너무 넓어질 수 있다는 점, 특별법은 제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상공인지원법은 지원 대상이 소상공인으로 한정되는 한계가 있다. 법 개정안은 '손실보상' 문구를 적시했다. 당초엔 손실보상 문구도 피해지원 등으로 갈음하는 방안이 얘기됐지만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손실보상 문구를 넣을 것을 강력 주장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23조가 규정하는 손실보상 범위가 매우 협소해 지원 대상이 줄어들고, 명확한 손실보상을 위해 보상 시기가 지연되는 문제, 손실보상 금액에 대한 쟁송 남발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시혜적 지원'보다는 손실보상을 선택했다. 반면 형식은 손실보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상공인지원법상에 근거를 만드는 만큼 지금 재난지원금과 같은 시혜적 지원 성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실보상이라는 개념을 명시한 만큼 보상 대상은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으로 한정했다. 이는 현재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는 일반업종(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으나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 대신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등 소상공인 외 대상에게도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직원을 5인 이상 둔 개인사업체와 소기업 등으로 보상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적용 대상 방역조치 범위 등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일반업종도 간접 피해로 인정해 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등 추후 조정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법률은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당정은 3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르면 7월부터 직접적인 손실보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법 시행일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하므로 법 통과부터 시행까지 약 3개월 공백이 생긴다. 이 기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면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법 개정안은 대상, 기준, 규모,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중소심의위원회에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역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에는 보상금을 감액하거나 지급 취소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상 대상이 중소기업까지 대폭 확장되면서 재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정부는 이미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조만간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라 실질적인 보상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실질적인 법 시행 시기인 7월부터 일반 성인들도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도 지금은 영업장 중심이지만 조만간 사람과 모임 형태 중심으로 변질되면 영업제한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대규모 피해보상을 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런 법안 시행 시기와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7월부터 적용된다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7월이면 백신 접종이 이뤄져 집합금지도 다 풀릴 텐데 그때가 되면 무슨 손실보상이 이뤄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존 집합금지에 따른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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