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돈 풀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예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노점상·법인택시 기사도 대거 지급 대상에 넣으면서 재정지출 '브레이크'가 완전히 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후 당정청은 '2021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 및 4차 재난지원금' 고위급협의를 거쳐 추경 윤곽을 확정했다. 최대 28조원가량이 소요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100조원 보상법'으로 불리는 손실보상법이 불과 이틀 전 확정·발의된 데 이어 또다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이 결정된 셈이다.
특히 이번 추경은 제출과 동시에 국회를 통과한 뒤 지급을 시작해 3월에 지급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4월 초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최대화될 예정이다. 앞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경안이) 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4일 국회에 제출되면 심의를 거친 후 8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3월 중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고, 4월에 거의 모두 지급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점상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상 입은 피해를 지원한다는 애초 취지를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점상 대부분이 사업자등록증 없이 주로 현금 거래를 하다 보니 소득 신고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납세 자료마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정청은 또 정부 방역 규제를 받은 소상공인의 전기요금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집합금지 업종은 50%, 집합제한 업종은 30%의 감면율이 적용된다.
또한 청년·중장년·여성 등 3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5대 중점 분야(디지털·그린·환경·방역·안전)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재정지출은 늘고 세수는 줄어 국가 재정 그래프가 '악어 입'과 같이 벌어지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국가 채무 증대로 이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10년 재정 전망 자료에서 한국 국가 채무 규모가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30년 2058조2000억원으로 8년 만에 두 배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와 성장률 둔화로 인한 세입 감소로 증세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한 국가 채무가 지속 누적돼 2060년 국가 채무 비율이 160%에 달할 것"이라며 "복지 이외 재정지출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성장률 수준 이하로 억제하고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국가 채무 수준을 설정해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도 추경안을 적극 반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선거용 추경'이라 비판하면서도 "방역 대책 동참으로 폐업하거나 빚더미에 올라탄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가 특별법까지 통과시키며 확정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서도 여야의 돈 풀기 경쟁은 반복될 예정이다. 우선 여당은 특별법 추진을 통해 부산·울산·경상남도(부울경) 지역에서 쏠쏠한 지지율 상승을 맛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2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부울경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35%로 1월 2주 차 23%에서 12%포인트나 급등했다.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역시 부울경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당 편에 서 전체 반대표가 33표에 불과했다. 부산 남갑이 지역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표결 직전 토론에 나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남부권의 물류 중심 공항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유사시 인천을 대체할 관문 공항이 건립돼야 한다"며 찬성표를 요청했다.
[문재용 기자 / 정주원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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