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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개발자님, 보너스 1억 모십니다"…나도 코딩 배워볼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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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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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개발자' 영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IT 1번지 판교역에 내리면 곳곳에 개발자를 채용한다는 내용의 광고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8일 판교역 출구 인근 에스컬레이터 양쪽에 개발자를 채용한다는 카카오뱅크 광고물이 쭉 이어져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에서 시작된 개발자 모시기 연봉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1·2위 게임사 넥슨과 넷마블이 연봉 800만원을 인상한 뒤 컴투스와 게임빌이 합류했고, 급기야 조이시티는 1000만원, 크래프톤은 2000만원을 올리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넥슨·넷마블과 업계 '빅3'로 꼽히는 엔씨소프트도 이달 중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할지, 연봉 인상 폭은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엔씨는 매년 3~4월 연봉 인상 여부를 검토해 4월부터 적용해왔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포괄임금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 인상 효과는 2000만원보다 적긴 하겠지만 업계 평균을 올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조이시티까지 대규모로 임금을 인상하면서 게임 업계 개발자 이동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임원은 "이제 게임사들도 생존을 위해 PC와 모바일뿐만 아니라 콘솔까지 다양한 방식의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능력 있는 개발자는 계속 모자랄 텐데 몸값이 자꾸 올라 고민도 크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연봉 인상에 합류하고 있다. 웬만한 벤처들 역시 개발자를 잡기 위해 '1억원 보너스 카드'까지 내놓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은 지난 26일 개발자 채용 강화를 위해 개발직군(개발자·데이터 엔지니어링) 초봉을 6000만원으로 결정했다. 직방 재직자 연봉도 2000만원 일괄 인상한다.

또 올해 상반기에 입사 지원한 경력 개발직군에게 기존 직장에서 받고 있는 연봉 1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최대 1억원)을 '사이닝 보너스(연봉 외 보너스)'로 지급한다. 재직자 중 비개발직군 연봉은 1000만원 일괄 인상한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직방의 비전인 주거문화 혁신을 위해 IT 인재 확보가 중요한 미션이 됐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훌륭한 인재를 모시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와 핀다 등은 경력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연봉 인상에 더해 '1억원 스톡옵션'을 내걸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내걸고,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며 영입 경쟁에 나섰다. 일부 스타트업은 아예 사내에 헤드헌터를 두기도 하고, 타사 인재를 추천해 데려오는 직원에게까지 보너스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은 배달대행 스타트업도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로고는 최근 11번가와 250억원 규모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총 500억원 투자를 유치 중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실탄은 특히 개발자를 확충하는 데 쓸 계획이다. 다른 배달대행 스타트업들도 국내 주요 게임사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뽑는 등 개발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배달이 급증하면서 기사용 앱과 식당 주문 시스템 운영 등 IT 유지·보수가 핵심 경쟁력이 된 데다 첨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가 부상하면서 고급 개발 인력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인재를 직접 키우기 위해 교육과정을 만드는 기업도 늘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우아한형제들 테크코스(우테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스타 개발자 출신인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CTO 시절 직접 주도해 만들었다. 10개월이라는 긴 과정에도 인기가 높아 지난해 말 3기 모집에는 1000명 가까이 지원했다. 김 대표는 당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개발자 돌려 막기로는 제2의 우아한형제들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기 어렵다"고 설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실적이 좋지 않거나 교육 코스를 만들거나 연봉을 올려줄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우수 인력을 뺏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유명 푸드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국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이 네이버, 카카오, 게임사를 거쳐 이커머스 기업에서 동나버려 우리는 면접을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처우를 무리해서 개선하지 않으면 유능한 개발자를 구하는 게 불가능한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판교 = 이용익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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