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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한중 FTA 협상 진전" 일방적 발표…한미 정상회담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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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무부 “협상서 긍정적 진전 거뒀다” 단독 발표

바이든 임기 초 미국서 한국 떼어내기 ‘구애’ 해석

문 대통령 바이든 회담 앞서 시진핑 방한 추진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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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화상으로 열린 한·중 FTA 서비스·투자 회기간 회의 중국측 협상단. 중국 상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적극 진전”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사진=중국 상무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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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상무부가 한국 측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수석 대표 간 화상회의를 갖고 “협상이 긍정적인 진전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날 상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한·중, FTA 2단계 협상 적극 추진”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은 중국 관영 매체는 물론 국무원(정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지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회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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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위번린(余本林·왼쪽) 중국 상무부 국제사 사장(국장)과 이경식(오른쪽) 산업통상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이 화상으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회기간 회의를 열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적극 진전”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사진=중국 상무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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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열렸던 한·중 FTA 서비스·투자 제9차 후속 협상 이후 현안을 점검하는 회기간 회의가 이날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회기간 회담을 중국이 진전을 강조하며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이날 지난 9차 협상의 수석 대표였던 양정웨이(楊正偉) 상무부 국제사(司·국) 부국장보다 직급이 높은 위번린(余本林) 국장이 단장으로 참석했다.

상무부는 발표문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정은 중국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추진하는 첫 번째 서비스·투자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지난 연말 전격 체결된 중국·유럽연합(EU) 양자투자협정(BIT)과 같이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동맹외교에서 한국을 빼내는 도구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국은 이날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한국과의 공감대를 부각했다. 상무부 발표문이 “서비스 무역, 투자 자유화, 무역 간이화 수준을 높이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산업 체인과 수요공급 체인의 융합을 촉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가 긍정적 역할을 발휘하는데 한·중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하면서다.

중국이 돌연 한·중 FTA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놓고 한국 ‘구애’ 노력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7일 “최근 중국이 올해 예상되는 한·미 워싱턴 정상회담에 앞서 한·중 서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점검하고 우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고 전했다. 워싱턴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전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한 중국의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한국방송공사(KBS)와 중국 중앙라디오TV본부가 업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은 25일 “이번 파빙지거(破冰之舉·얼음을 깨는 조치)가 ‘한한령(한국 드라마·공연 금지 조치)’의 정식 해제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중국이 바이든 취임을 기회로 미국의 동북아 동맹국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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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한·중 FTA 서비스·투자 회기간 회의 결과를 알리는 중국 상무부 발표문. “한·중 FTA 2단계 협정은 중국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추진하는 첫번째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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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는 2015년 12월 정식 발효됐다. 2단계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2017년 12월 시진핑 주석과 협상 개시를 선포했다. 중국의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중 무역액은 284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한국 수출은 1109억7000만 달러로 2% 증가한 데 비해 수입액은 1735억7000만 달러로 15.2% 크게 줄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한·중 FTA 발효 이후 양국은 관세를 여섯 차례 관세를 줄여, 현재 무관세 비율이 무역 총액의 55%에 이른다고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26일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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