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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내 ‘중대범죄수사청’ 반발 기류 확산… 윤석열 총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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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앞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법무부청사를 나서고 있다./과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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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 추진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명간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그 방식과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권에서는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상당수 검사들은 사실상 ‘검찰 해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윤 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의 핵심 요직에 현 정부 신임을 받는 검사들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검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윤 총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청 없애고 ‘수사청’·‘공소청’ 신설 추진… 수사하는 검사 사라져

28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황운하 의원의 대표발의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수사청설치법안)을 내놨다.


앞서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등 이른바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으로 대폭 축소됐고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법률은 이 같은 검찰에 남아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 신설되는 수사청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여당은 지난해 말 ‘공소청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해놓은 상태인데 수사청설치법안은 이들 두 법률안의 국회 의결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공소청법안은 검사의 직무를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재판의 집행 지휘 및 감독 ▲다른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제한했다. 즉 검사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하도록 한 것.


또 공소청 조직을 고등공소청과 지방공소청으로 이원화하고 검찰총장이 고등공소청장이 되도록 했다. 검찰총장을 차관의 예에 준해 대우한다는 점도 명문으로 규정했다.


결국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현재의 대검찰청에 해당하는 조직을 없애면서 장관급 예우를 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명시한 것인데, 현재 대검 차장검사와 고등검사장들이 차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휘해야할 검찰총장을 같은 차관급으로 격하시킨 것은 다분히 검찰과 검찰총장의 힘을 빼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윤 총장과의 갈등이 격화됐을 당시 윤 총장은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마지막으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은 ‘공소청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것을 전제로 검찰청법을 폐지해 검찰청의 설치 근거나 검사의 수사권 근거 조항을 없애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결국 여당이 구상하는 대로 이들 3법이 차례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가 담당하게 된 6대 범죄 등에 대한 수사는 신설되는 수사청의 수사관들이 맡게 되고, 검사는 공소청에서 경찰이나, 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수사한 사건의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고 공판에 참여하는 기소와 공소유지 역할을 맡게 된다.


또 공소청법은 특별검사, 특별검사보, 특별수사관으로 임명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청 검사의 다른 기관 파견도 금지했다. 다만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 권한은 유지된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검사는 수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사기록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판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검찰 내에서 대부분의 검사가 수사 및 기소 업무를 맡고 있고, 각 검찰청의 공판부 소속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업무시스템이 달라지는 셈이다.

“해도 너무한다”·“수사·기소 분리 실효성 떨어져”… 검사들 불만·우려의 목소리

올해부터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되며 검찰의 수사 권한이 대거 경찰로 이양되고 1954년 이후 66년 동안 유지됐던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마저 사라졌지만 검사들의 집단반발은 없었다.


검찰의 과거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너무 거셌던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우선순위로 검찰개혁이 꼽혔던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조직 이기주의의 발현 내지 개혁에 반대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이나 ‘공소청법안’, ‘수사청설치법안’의 경우 검찰의 존속을 전제로 한 제도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청 자체를 없애고 ‘수사’라는 검사 본연의 직무를 아예 수행하지 못하도록 형사사법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인 만큼 검사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인 게 사실이다.


재경지검의 A부장검사는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며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할 때는 그렇게 검찰에 힘을 실어주며 ‘잘한다, 잘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자기편을 수사한다고 저렇게 태도가 돌변해 검찰의 힘을 빼려하고, 이제는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 이게 과연 개혁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수사가 전문인 검사들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것이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검사 B씨는 “2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해 온 검사장을 비롯해 20년 가까이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만 한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은 수사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런 전문가들의 오랜 실무 경험과 능력을 외면한 채 기소와 재판 업무만 맡게 하고,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나 5년 이상 조사업무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 수사관을 선발해 전문성을 요하는 중대범죄 수사를 맡기겠다는 게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던 증권범죄합수단을 없앤 이후에 금융사범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결국 뒤에서 박수치며 좋아할 사람들은 범죄자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검찰 간부 C씨는 “수사는 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나 진술들을 확보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게 최종 목적”이라며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공소청의 검사가 때로는 몇 만 페이지가 되는 수사기록만 보고 공소유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중요한 사건들은 수사를 한 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해 직관하고 있다”며 “같은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가 수사한 기록을 토대로 공소유지를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기관에서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공소만 유지하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범죄 대응능력 축소 우려”·“해외 사례 왜곡 말라”… 검찰 내부망 실명 게시글 올라와

여권의 수사청 설립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검찰 내부망에 실명 게시글을 올려 우려를 표하는 검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박철완 안동지청장 “전국 검사회의 개최해 의견 모아야”=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26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설치 시도를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몇달 전 황운하 국회의원을 비롯해 몇분의 국회의원님들께서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설치를 언급할 때만 해도, 검찰에 대해 뿌리 깊은 악감정을 가진 소수 의원들의 상식과 상상력을 넘어선 발상이라고 치부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최근 언론을 통해 그분들의 제안이 집권여당의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어제는 대검으로부터 그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공문을 접하고 보니 억지웃음도 짓기 어려운 마음 상태가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뭐라도 다시 채워지기 전까지는 은인자중하자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침묵하면 진짜로 가마니가 될 듯하여 잠시 예외를 두고자 한다”고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지청장은 이어 구체적인 수사청설치법안을 확인하기 전인 지난 17일 안동지청 내부망에 올렸던 내용을 공유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여당이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 위해 형사사법의 근간이 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대폭 뜯어고치면서도 일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개시권을 남겨둔 것은 이들 범죄에 과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중요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노하우,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경우 범죄 대응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의견의 바탕인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없고, 각 나라의 검찰은 각 나라의 실정에 맞춰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여당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해야 한다’는 피상적 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수사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지청장은 “이러한 수사기구의 설립 과정에서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분야 수사에 대한 전문인력들이 검찰을 떠나 새로운 수사기구에 가야 하고, 검찰이 이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수사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수사 조건(검사의 신분보장,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신속하게 압수수색이 가능한 점 등)이 확보돼야 한다”며 “하지만 제 소박한 예측으로서는 위와 같은 여건은 수년 내에는 충족될 수 없을 듯하다. 이런 제 예측이 맞을 경우 수사청의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또 “검찰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장을 정점으로 효율성을 추구해 온 것이 현 집권여당의 눈에는 단순히 인권탄압 노력으로 보였는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비춰졌는지 저로서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하는 제도 변화 추진은 참으로 부적절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 지청장은 “여당이 이런 지적에도 추진을 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중요 범죄에 대한 수사노하우를 가진 전현직 검찰구성원을 상대로 익명으로라도 새로운 수사기관이 설립될 경우 취직 내지 전직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 여부는 정상적 형사사법시스템의 유지 여부에 직결되는 중요한 일임은 검사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평검사회의가 아니라 전국 검사회의를 개최하여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글의 말미 박 지청장은 “오늘 오후부터 법률안을 살펴보고 있다. 제안이유를 보니, 제안자들의 검찰 제도와 현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알겠더군요.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봤다”며 수사청설치법안에 명기된 제안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을 상세하게 적었다.


특히 그는 ‘수사·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검사에게 공판에서의 당사자와 공익의 대표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따른 역할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제도로써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상호 견제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제안이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지청장은 “수사기록만을 가지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경우 소위 절차적 객관성, 공정성은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사 주체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보다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정을 도출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기소 여부 결정에 반영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 美·英·獨·日 사례 들어 반박= 수사청·공소청 설치의 근거로 여당이 제시해온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글도 올라왔다.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은 전날 내부망에 올린 ‘주요 각국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과 함께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와 공소유지에만 관여하게 하는 법안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제도를 개선함에 있어 외국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외국의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제도의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또는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법조문만 인용하여 그 의미가 왜곡되어 인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 담당관은 이어 수사와 기소에 대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수사기구 실태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중대 사건에 대하여는 연방검사가 수사개시 결정권한을 가지고 처음부터 연방수사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검찰청, 지방검찰청은 중대사건을 수사할 자체 수사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복잡한 경제범죄, 뇌물 및 부패사건에 대하여는 일반사건과 달리 수사개시 시부터 검사와 수사관이 하나의 기관 안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어 수사와 기소를 통합시킨 기관”이라고 밝혔다.


구 담당관은 “대륙법계인 독일은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모든 사건의 수사개시권·지휘권·종결권을 가지고 사법경찰관을 통해 수사하고 있으며, 독일의 중점검찰청에서는 중요 부패·경제범죄의 전문성을 가진 검사들이 수사착수 단계부터 경찰을 직접 지휘하여 수사와 기소 및 공소유지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웃나라 일본은 부패범죄, 기업범죄, 탈세 금융범죄 등에 대해 특별수사부 3곳, 특별형사부 10곳에서 검사들이 직접수사를 하고 있다”며 ‘일본 법무성 홈페이지에는 ‘부패사건, 기업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독자(직접)수사는 정치·경제의 어둠에 숨어있는 거악을 검거·적발하여 국가의 건전한 발전에 일조하는 검찰청의 중요한 일’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글 말미 구 담당관은 “너무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수사는 수사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적법하게 취득하여 재판을 통해 유죄선고를 받아내는 것이 목표”라며 “복잡한 중대범죄의 수사에서는 수사단계부터 공소유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유죄선고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중대범죄에 있어서는 최대한 유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정반대 상황이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구 담당관은 “부디 국가의 형사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논의를 함에 있어,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하여 중대한 논의가 성급히 결정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호동 검사 “수사·공소 분리 세계적 추세 아냐”… 유엔 마약범죄사무국 자료 근거로= 같은 날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도 ‘수사와 공소의 분리가 세계적 추세,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의 서두에서 “‘수사와 공소의 분리’라는 그 자체로 모순인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법체계를 잘 모르는 일부의 주장으로 여겼다”며 “그런데 수사와 공소의 분리라는 개념에 더하여, 최근에는 마치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검사가 수사와 분리되어 공소만 제기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까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차 검사는 “검찰이 직접 인지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수사’만 수사이고, 공소제기를 위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은 ‘수사’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인지, 그 자체로 대단히 의문이지만 이에 앞서 일단 그렇다면 세계 각국에서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그런 추세인 것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널리 알려진 미국, 독일 등 일부국가의 예만으로는 이 허위 정보를 반증하기 어려울 듯하여 국제기구의 관련자료를 소개한다”며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이 2014년 발간한 형사사법 핸드북, 유엔 8차 범죄예방 및 범죄자 처우 관련 총회 채택 결의안 등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신종범죄의 출현 및 정교하고 복잡한 범죄의 등장, 법률규정의 전문화·복잡화에 따라 기존에 검경간 협업이 존재하지 않던 국가에서조차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개입 및 협업의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세계 각국의 법체계는 검찰이 범죄수사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부터 광범위하게 개입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나, 이러한 스펙트럼을 떠나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경향성은 매우 커지고 있고, 특히 이는 사기, 부패범죄와 같은 복잡한 사건에서 두드러진다”는 내용도 있다.


한편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은 지난해 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언급하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추 장관은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 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제안에 대해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윤 총장 역시 부산고·지검 검사 및 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중요 사건은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거나 ‘수사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우회적으로 추 장관이 제안한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고 있고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추 장관을 ‘사이비 법조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최근에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수사청설치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강경파에 묻힌 ‘속도조절론’… 윤 총장 입장 표명 방식·수위 고심 중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안 그래도 형사사법시스템에 큰 변화가 찾아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또 다른 수사기관의 신설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의 범죄 대처 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5선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여당의 수사청(중수청) 신설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중수청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며 “중수청이 신설되면 수사기관이 중수청, 공수처, 경찰, 검찰, 기타 특별수사기관 등으로 난립해 국민과 기업에 부담과 압박이 지나치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반부패 수사 역량은 저하될 수 있으며, 각 수사기관간 관계도 복잡해져 혼돈스러울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가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 정착되도록 정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 역시 여권 일각에서의 성급한 수사청 신설 추진을 우려하며 ‘속도조절’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박 장관이 “임명장 수여식 때의 일이다”라거나 “대통령 말씀에 속도조절이란 표현은 없었다”는 등 발언을 통해 수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만 실제 문 대통령이 수사청 신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여권 내 반대 목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추세라면 여권 내 강경파들의 주도로 윤 총장의 임기 내에 국회에서 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대검은 최근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수사청설치법안에 대한 의견 취합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일선 검찰청에 보낸 상태다.


각 검찰청의 의견 취합이 마무리되면 윤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 표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대검 중수부 폐지가 처음 추진됐을 때(2004년. 송광수 검찰총장)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수정 의결됐을 때(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 등 검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는 총장이나 총장을 보좌하는 참모진인 대검 간부(검사장)들, 혹은 일선 검사장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다르다.


검찰 내 대부분의 검사들이 수사청 신설에 반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사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조직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검사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대검 간부들만 해도 윤 총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간부보다는 추 전 장관 시절 현 정부의 신임을 받고 요직에 오른 만큼, 다음 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간부들이 훨씬 수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전 정부 시절 능력을 인정받아 이른바 사법연수원 동기 중 ‘선두 주자’ 소리를 들어가며 잘 나갔다가 정권이 바뀌어 한직으로 밀려난 검사들 중에는 ‘맘대로 하라 그래’라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검사들도 상당수다.


각 일선 검찰청에서 어떤 내용의 의견들이 취합될지, 검찰 내부망 등을 통해 수사청설치에 대한 검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얼마나 확산될지 등이 윤 총장의 입장 표명 방식과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방은 물론 항의의 표시로 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여당 강경파의 입법 추진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다가, 현재 ‘월성 원전’, ‘김학의 불법출금’,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은 5개월의 임기를 포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지에 대해서는 윤 총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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