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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땅굴 파 남편 탈옥 시켰다…'마약왕 아내'의 두 얼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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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남편을 그저 한 인간으로서 흠모했을 뿐이다."

2019년 '세계 최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4)이 미국 뉴욕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32살 연하의 젊은 아내 엠마 코로넬 아이스푸로(32)였습니다.

눈에 띄는 미모에 차분한 말투로 남편을 두둔하는 그를 수많은 카메라가 쫓아다녔습니다. 당시 그는 자신은 남편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고 결혼한 '평범한 여성'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넬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적용된 혐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얌전한 안주인' 행세를 했던 그가 사실은 각종 마약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2015년 남편의 탈옥도 주도적으로 기획했다는 것입니다.

엘 차포(El Chapo·땅딸보)란 별명으로 알려진 구스만은 미국 검찰에 기소된 후 32년간 3번의 체포와 2번의 탈옥이라는 드라마 같은 추격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과정에 바로 '두 얼굴'의 코로넬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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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구스만의 아내 엠마 코로넬 아이스푸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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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화상으로 출석한 코로넬은 여전히 차분했습니다. “제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판사의 질문에 “모든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공손하게 답했습니다. 2019년 구스만의 재판 당시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 보였던 모습 그대로였죠.

그러나 이날 앤서니 나르도치 검사는 “코로넬이 카르텔의 지휘 통제 구조에 깊이 관여했다”며 “또 코카인, 필로폰, 메스암페타민 등의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을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 법무부는 2015년 구스만이 멕시코 교도소에서 탈출했을 당시 이를 주도적으로 공모한 혐의도 코로넬에게 적용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코로넬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소 1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지난해 10월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 전 멕시코 국방장관을 마약 카르텔 보호 혐의로 체포한 이후 미국이 마약 혐의로 멕시코인을 체포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8세 마약 카르텔 안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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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의 이야기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넷플릭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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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코로넬은 어떻게 해서 마약왕 남편에 버금가는 자리에 오른 걸까요. 결혼 전 그는 멕시코 시골 출신의 지역 미인대회 출신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다 18세였던 2007년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던 구스만과 결혼하며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넬의 아버지와 삼촌은 시날로아 카르텔에서 활동했다 합니다. 그게 인연이 돼 코로넬이 구스만을 만났다는 겁니다. 당시 49세이던 구스만은 3번째 결혼이었죠.

이후 구스만은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한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뒤를 이어 세계 최대 마약 공급업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코로넬도 쌍둥이 딸을 출산하며 카르텔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습니다. 구스만의 마약 사업은 날이 갈수록 번창해 한때 미국 내 유통 마약의 65%가 그의 손을 거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을 밀매하고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으로 '범죄왕' 자리에도 올랐습니다. 당시 마약 대금을 실어오기 위해 하루에만 비행기 세 대가 떴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넬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결혼 당시) 남편이 마약왕인 줄 전혀 몰랐다”며 “나는 그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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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엘 차포의 체포 당시 모습. 미 연방검찰은 ‘땅딸보’라는 뜻의 ‘엘 차포(El Chapo)’라는 별명의 구스만이 지난 30여년간 마약 거래를 통해 모은 재산을 총 126억6618만1704달러(약 14조6700억원)로 추정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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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땅굴 탈옥도 주도"



코로넬은 언론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했습니다. 2019년 구스만이 미국으로 다시 송환된 뒤 재판이 진행될 때 “엘 차포는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동정을 구했습니다. 당시 구스만은 두 번째로 탈옥한 지 6개월 만에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 제작을 추진하다가 2016년 1월 숨어있던 가옥에서 멕시코 해군과 교전 끝에 검거됐습니다. 이후 보안 등 문제로 미국으로 이송됐죠. 재판 당시 코로넬은 매일 법정에 나와 인터뷰를 하며 “미디어가 그를 과장해 유명하게 만든 것”이라며 “사실은 겸손한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약왕 남편을 구하기 위해 매일 재판정을 찾는 아내의 모습은 금세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런 와중에 코로넬의 옷차림까지 화제가 됐죠. 코로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해 구스만의 별명인 엘 차포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또 미국의 한 리얼리티 TV쇼에도 출연하면서 남편의 재판을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100% 활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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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차포의 탈옥에 사용된 땅굴. 교도소 샤워실 아래서 발견된 지하터널은 1.6㎞ 떨어진 목초지의 버려진 건물까지 연결됐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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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엘 차포는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추징액만 14조원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보안이 뛰어나다는 콜로라도주 피렌체에 있는 ADX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이어 코로넬의 가면도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2015년 남편의 두 번째 탈옥을 주도했던 이가 바로 코로넬이었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당시 코로넬은 교도소 주변 토지를 사들인 후 교도소 샤워실까지 1.6㎞가량의 땅굴을 파는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남편의 위치 확인을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시계를 몰래 교도소 안으로 반입했을 정도로 주도면밀했죠.

미 법무부는 “코로넬은 엘 차포가 2016년 1월 멕시코에서 다시 체포된 후에도 그를 빼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휴대폰 기록과 목격자 증언 등 코로넬이 2012~2014년 남편의 마약 수송을 도운 증거도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체포 놓고 美-멕시코 알력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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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 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무차별 총격을 받아 차에 타고 있던 미국인 가족 9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마약 카르텔이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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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로넬이 이번에 전격 체포된 배경엔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과거 엘 차포가 뉴욕에서 재판을 받을 때 코로넬이 거의 매번 법정에 출석했지만 미 사법당국이 체포를 시도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미국이 이번엔 체포까지 간 건 앞서 시엔푸에고스 전 장관이 마약 범죄 연루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된 게 시발점이라 합니다. 당시 멕시코 측이 이를 통보받지 못하며 생긴 양국의 갈등이 결국 코로넬 체포까지 이어졌다는 겁니다. 이후 멕시코 의회는 외국 기관 요원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멕시코 의회가 미 정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국 내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 등 외국 기관 요원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이번 코로넬 체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넬은 현재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구금된 상태로 아직 재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넬 측 변호인들은 우선 보석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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