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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저임금 일자리 줄어들자 평균임금 늘었다…슬픈 코로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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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가에서 파스타 집을 운영하는 김우석(39)씨는 원래 정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생 4명을 포함해 총 7명이던 직원을 최근 1명으로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3월만 해도 아르바이트생 일부를 제외하고 기존 직원들은 줄이지 않았었지만, 방역상황이 1년 넘게 지속하자 더 버티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특히 최근 2.5단계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도 최고 4분의 1까지 줄었다”면서 “직원 월급이라도 줄 수 있으면 같이 가겠지만, 가게를 열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니 1년 넘게 일한 직원들까지 눈물을 머금고 내보냈다”고 했다.



1년 넘게 있던 직원까지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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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는 24만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래 가장 많은 감소폭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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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나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은 김씨처럼 숙박 및 음식점업 업종 종사자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28일 고용노동부의 '2021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해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 감소 폭은 지난해 12월 8만4000명에서 지난달 2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가 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통계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줄어든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 24만명 중 15만1000명이 1년 이상 일한 상용근로직이었고, 8만9000명이 임시·일용직이었다. 아르바이트생뿐만 아니라 오래 데리고 있던 직원까지 내보냈다는 얘기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전체 상용직 근로자도 30만3000명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임시·일용직도 2만6000명 감소했고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기타 종사자는 2만2000명 줄었다.



저임금 일자리 감소에 평균임금 올라



일자리가 큰 폭 줄었지만, 역설적으로 평균임금은 오히려 상승했다. 줄어든 일자리가 숙박 및 음식점업처럼 주로 위기에 취약한 저임금 업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체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400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0%(11만8000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임시일용근로자 1인 임금총액은 지난해 12월 170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8.2%(13만원) 큰 폭 상승했다. 상용근로자는 424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2.7%(11만2000원) 늘었다.

고용부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임시·일용근로자가 감소해 전년 같은 달 대비 임금총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발 구조조정…고용 약자에 더 타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방역 조치에 피해를 본 업종을 중심으로 사실상 ‘코로나19발(發) 일자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일자리 약자에 속하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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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 수 근로형태별 증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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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통계청·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1년 전보다 56만3000명(12.7%) 감소했다. 감소 규모와 감소율에서 2000년대 들어 최대다. 일용근로자도 지난달 113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2000명(17%)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용 양극화도 심화했다. 지난달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308만2000명으로 110만4000명 줄었다.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아예 직원들을 고용하지 않는 나 홀로 가게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중 직원이 있는 경우는 137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6000명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해 415만9000명으로, 같은 기간 9만1000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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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 취업자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중소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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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역상황이 다시 나아져도 한 번 줄어든 일자리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여현수(36)씨는 “코로나19로 상당 부분은 배달 손님으로 대체돼 당장 업장을 담당할 직원이 예전처럼 많이 필요하진 않다”면서 “예전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안심하기 전까지는 다시 사람을 더 뽑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노동비용이 올라간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자영업자 등 취약한 업종 중심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고용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일자리가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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