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주·헌금 대안 도입 속도 빨라져
디지털 장비·인력 투자도 가속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수도권은 좌석 수의 10%, 비수도권은 20% 이내에서 정규 예배·법회·미사·시일식의 대면 진행이 가능해졌다. 거리두기 완화 조치 이후 첫 주말인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화엄성중기도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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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종교계의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종교계는 지난해 사찰과 교회, 성당 모두 문을 닫는 초유의 셧다운을 계기로 일대 변화를 겪었다.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로 휴일이면 모여 법회나 예배, 미사를 하는 전통 방식에 심각한 도전을 받았고, 집회를 통해 이뤄지던 기존의 모금, 기부, 포교 활동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종교계는 신도들이 종교 시설을 찾지 않고 신앙 생활을 이어가면서 종교 스스로도 생존할 수 있는 언택트 대안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대부분의 종교 행사와 집회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포교나 교육 활동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대부분 종교의 의존도가 높은 헌금·기부 방식도 접촉이 필요 없는 '무인 불전함'이나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 헌금함'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교, 유튜브 법회에서 '원터치 보시함'까지
한 스님이 서울 중구 조계사 교육문화센터 1층에 설치된 키오스크 보시함을 이용하고 있다. 조계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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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산문폐쇄를 단행한 주요 사찰에서는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 법회 같은 대규모 집합 행사는 물론이고 사시 법회 등 정기 행사도 공개하는 게 일반화됐다. 기도나 연등 접수 같은 연례 행사 역시 사찰마다 온라인 창구를 마련해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포교 스타일도 변했다. 과거 다소 폐쇄적 인상을 주던 유명 사찰들이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콘텐츠로 소통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오픈한 '월정사TV', '해인사TV' 등은 법회뿐 아니라 사찰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해 신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주 방식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조계종의 대표 사찰인 조계사에 등장한 무인 정보단말기 '보시 키오스크'가 단초다. 키오스크(kiosk·무인단말기)는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무인점포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결제 방식으로 손님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한다.
보시 키오스크도 방식은 같다. 터치스크린에서 승보공양, 성역화불사, 부처님오신날 시주금, 선원대중공양 등 항목을 고른 뒤 희망하는 금액을 선택해 결제한다. 금액은 1,000원부터 5만원까지로 현금을 포함해 신용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조계사는 또 종교계 최초로 기부 사이트를 도입했다.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휴대폰 인증 후 바로 보시가 가능하다.
임융창 조계종 총무원 홍보팀장은 "온라인이나 영상을 통한 비대면 방식은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 불교가 대중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면이 있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법회부터 포교까지 보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대안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기독교·천주교, 주일 예배 집단서 온라인 공동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씨티교회 승차 성탄예배가 열린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송곡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신자들이 차량에 탑승해 예배를 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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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천주교 역시 예배 형식이 일대 변화를 맞았다. 대면 예배와 미사가 오랜 시간 중단되면서 각종 종교 행사의 온라인·TV 중계가 필수로 인식된 것.
개신교회에는 온라인 예배 시스템이 빠르게 정착됐다. 교회에 나오는 대신 가정에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나왔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자체 모바일 앱과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가 하면 인터넷 셋톱박스를 통해 TV로 예배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급에도 나서는 등 다른 종교와 비교해 발빠르게 대처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드라이브-인 예배(drive-in worchip·승차 예배)' 같은 신박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자동차 극장처럼 교회 주차장이나 학교 운동장에 세운 차 안에서 예배를 하는 방식이다. 차량 간격을 유지한 채로 주차된 차 안에서 임시 허가된 교회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춰놓고서 목사 설교를 듣는다.
국내 최초로 승차 예배를 시도한 서울씨티교회는 지난달까지 20회 승차 예배를 진행했다. 매번 100대 이상의 자동차들이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예배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며 교회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톨릭평화방송의 TV 매일미사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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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계에서도 텅빈 성당을 대체한 TV중계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 교구 관계자에 따르면 가톨릭평화방송의 '매일미사' 프로그램은 지난해 시청률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성당을 직접 찾을 수 없는 신도를 위해 20년 전부터 진행된 프로그램이 언택트 시대를 맞아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교육, 전도 등이 활발해진 것도 주목할만하다. 사실상 모든 교회들이 대면 전도 활동을 멈춘 대신 온라인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대면 전도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교회마다 온라인에 신앙 상담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설하고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와 인력을 대상으로 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회 대외협력 담당 박요셉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종교 활동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다"면서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시대적 흐름에 맞는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스며들었고, 그에 최적화된 도구와 인력을 찾고 투자하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헌금함' '불전함'...언택트 신풍속 각광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헌금 납부 방법. KB국민은행 디지털헌금바구니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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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단체 전용 헌금 플랫폼이 등장한 것도 종교계의 새로운 풍경이다. 대면 예배나 집회로 이뤄진 헌금이나 기부가 불가능해지면서 계좌 입금 등의 방식으로 대체됐고, 여기서 더 나아가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편의성을 높이는 식으로 자구책을 찾은 것이다.
시중 은행들은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 단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금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각 종교 성격에 따라 '헌금함' 또는 '불전함', '보시함' 등으로 이름도 다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문자 메시지나 종교 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QR코드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헌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같은 달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 '디지털헌금바구니'를 이용해 소속 교회를 선택해 헌금하는 '디지털 성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오픈뱅킹을 접목한 자동 출금 형태 스마트 헌금 서비스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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