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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화이자 1병에 7명까지 맞췄다, 정부 예상도 깬 K주사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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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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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사(社)가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한 병당(바이알) 접종 가능 인원은 통상 5명이다. 그러나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하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면 6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고 정부는 예상했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안내’지침에도 6회 추출이라고 적혀있다.

막상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시작해보니 그 이상이었다. 추가로 한 명에게 주사를 더 놓는 게 가능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소 잔여형 주사기’(Low Dead Space·LDS)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낸 덕이다.



최소 잔여형 주사기 효과 톡톡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한 바이알의 표기 용량은 0.45mL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사이에서 꽁꽁 얼려 보관한다. 사용할 때는 냉장고로 옮겨 3시간 정도 녹인다. 해동된 용량도 0.45mL로 같다.

화이자 백신은 원액 그대로 주입해선 안 된다. 희석해 써야 한다. 생리식염수 1.8mL가 필요하다. 이에 총 용량을 단순 계산하면 2.25mL다. 하지만 통상 한 바이알에는 표기 용량보다 백신이 조금 더 들어 있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한 바이알 당 용량은 접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분, 이런 것을 고려해 여유분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총용량은 2.25+α(알파)mL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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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은 코로나19 의료진이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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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한 병으로 7명까지 접종



화이자 백신은 체내에 0.3mL씩 투여해야 한다. LDS는 피스톤(밀대)과 바늘 사이에 남는 공간을 최대한 줄인 특수한 형태의 주사기다. 공간 용량이 0.025mL에 불과하다. 공간 용량 약 0.07mL인 일반 주사기의 35.7% 수준이다.

LDS로 백신 병에서 0.3mL를 추출하면, 실제로는 주사기 속 공간까지 0.325mL가 채워진다. 물론 더 채워진 양이 체내로 주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밀대를 끝까지 ‘쭉’ 밀어도 주삿바늘을 통과하지 못한다. 결국 주사기 속 빈 곳에 남게 돼 버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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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1병 당 접종인원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간호사 숙련도도 한몫



희석한 화이자 백신이 2.25+α mL 점을 고려하면 7명에게 접종하는 게 가능하다. 일반 주사기로 접종 가능한 5명, 당초 예상한 6명을 웃도는 숫자다.

물론 간호사의 숙련도도 한몫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날 오전 접종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주사기도 좋고, 간호사 기술도 워낙 괜찮아 더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가 있다”며 “1회 접종 용량을 0.3mL로 하면 7명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에 “6명분이 다 안 나오고 5.5명분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며 “‘우리 간호사들 실력이 뛰어나니 믿어도 되겠지’ 생각했다.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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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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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도 한 두명 더 접종 가능



전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때도 비슷했다. 한 바이알 당 10회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1~12회까지 맞춘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 모두 접종 때 LDS 특수 주사기를 쓴다. 질병청은 접종 현장에 LDS 67만개를 보급한 상태다.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접종 횟수가 늘면, 정부 입장에서는 자연히 물량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전날 잔여량을 쓸 수 있도록 접종기관에 공문까지 내려보냈다. 기존 지침으로 정한 추출량을 뽑고도 접종 가능한 양이 남았다면, 폐기하지 말고 맞춰도 된다는 내용이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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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 확진부터 백신 접종까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대한 폐기량 줄이려는 노력차원



정경실 관리반장은 “잔여량 사용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최대한 폐기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활용하라는 의미로 공문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금처럼 현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사람(의료인)은 기계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정밀하게 안 뽑힐 수 있다”며 “(만일 한 병당 접종 가능 횟수를 늘리는) 지침을 개정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이에스더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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