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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회M부스] '적합도 조사'와 '경쟁력 조사'…안철수? 나경원? 누구에게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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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호도? 적합도? 경쟁력?…단일화 여론조사 신경전

여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당원 투표를 시작했고요. 국민의힘과 제3지대 안철수-금태섭 후보도 주말을 지나면 곧 후보를 선출합니다.

그런데 박영선, 우상호 2명으로 후보가 비교적 단출한 여권에 비해, 10여명이 나선 예선과 4명이 치르는 준결승, 그리고 최종 단일화 결승까지 치러야 하는 야권은 남은 과정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관심은 결승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어떻게 선정할 지에 쏠리고 있는데요. 국민의힘과 제3지대가 각각 준결승을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르기로 한 만큼 결승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준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어떤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할 지는 후보자간 이견이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단일화 문항을 보통 어떤 식으로 작성하는지 문의해봤습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취합해보니 단일화 문항은 아래 3가지로 압축됩니다.

① 당신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 (선호도 조사)
② 당신은 우리 당에서 어느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적합도 조사)
③ 당신은 우리 당 어느 후보가 상대당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경쟁력 조사)


각각 선호도 조사와 적합도 조사, 경쟁력 조사라고 불리는 문항들인데요.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 어떤 질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후보자간 유불리가 크게 엇갈려, 여론조사 문항은 이번 야권 단일화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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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합도' 묻는 국민의힘…'경쟁력' 묻는 안철수-금태섭

다음 달 2일과 3일 서울시민 2천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국민의힘은 당내 후보를 선출하는 여론조사를 '적합도 조사'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문항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에서 어느 후보가 나서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까?"로 낙점됐는데요. 오신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후보 중 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야 하는지를 묻기로 한 겁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역선택 우려가 있긴 하지만 우리 당이 경계를 확장해서, 당원들의 지지를 넘어 중도까지 포괄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를 결정하는데 최적의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후보자간 여러 입장들이 있겠지만 문항이 변경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는데요. 반면 '제3지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후보는 오늘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비해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습니까?"을 묻는 모바일 여론조사를 시작합니다.

국민의힘과 달리 '경쟁력 조사' 방식을 택한거죠. 야권 단일화라는 결승전에서 만날 양측이 한 쪽은 '적합도 조사'를, 다른 한쪽은 '경쟁력 조사'를 거쳐 선수를 선발하기로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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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노무현-정몽준'…2011년 '박원순-박영선' 단일화의 추억

역대 주요 선거 가운데, 룰을 정해 단일화에 이른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주로 한쪽이 양보하거나 정치적 담판을 통해 단일화가 이뤄졌기 때문이죠.

① 2002년 단일화 - "선호도 조사·경쟁력 조사 혼합"

룰을 정해 치러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입니다.

당시에도 양측이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선호도와 경쟁력 조사를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 누구를 지지합니까?"를 묻는 '경쟁력 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건데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되 역선택 방지 조치가 사전에 있었던 겁니다.

② 2011년 단일화 - "여론조사·배심원단·국민참여경선 혼합"

그 다음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치러진 박원순, 박영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의 단일화입니다.

당시에는 여론조사로만 선정 한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30%와 TV토론 직후 배심원단의 평가 30%, 그리고 국민참여경선 40%로 진행됐는데요.

이 때에는 여론조사 외에, 투표장을 직접 찾아 선호 후보에게 투표하는 참여경선 방식과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물은 토론 배심원단 조사가 혼용됐어서 다른 단일화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③ 2019년 단일화 - "적합도 조사"

가장 최근 사례로 2019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직전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치러진 범여권 단일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국 단위나 광역 단위 선거가 아닌 창원 성산구의 사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당시 보궐선거는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궐위로 인해 치러졌죠. 그렇다보니 기존 의석을 지키려는 정의당과 자체 후보를 내려는 민주당이 신경전을 펼쳤고 결국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여론조사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어느 후보가 더 적합합니까?"를 묻는 '적합도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민주당 권민호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선정돼 이후 국회까지 입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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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은 적합도 강세" vs "안철수는 경쟁력 강세"

그렇다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적합도 조사'와 '경쟁력 조사'는 각각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요?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자기 진영의 정체성이 강한 후보는 '적합도 조사'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후보는 '경쟁력 조사'가 유리하다고 합니다.

결국 보수우파 정치인을 자처하며 원내 투쟁을 이끌었던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적합도 조사'에서 강점을 보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경쟁력 조사'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코리아리서치 원성훈 본부장은 "'적합도 조사'는 야권 내에서 세력이 강한 사람이 유리하다"며 "야권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지를 묻는다면 지지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나게 되고, 그래서 '적합도 조사'는 보수 성향이 강한 후보에게 어필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내 여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적합도 조사'를 하면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하고, '적합도 조사'로 간다면 결국 당내 사람들이나 범보수 진영에선 그래도 기호 2번이 낫지 않느냐는 여론이 확산돼 나경원 쪽으로 표심이 쏠릴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감과 논쟁' 장성철 소장도 "당내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는 '선호도'나 '적합도 조사'가 맞다"면서 "'경쟁력 조사'로 할 경우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은 나경원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안철수 후보는 당선 경험이 적어 공직사회에서 이렇다 할 실패 경험도 없고, 그렇다보니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성공한 기업인 DNA가 각인되는 등 후광효과가 남아있다"며 "'경쟁력 조사'에선 안철수, '적합도 조사'에선 나경원 후보가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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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드라마 같은 미니시리즈될까…'샅바싸움'하다 깨질 수도

서울시장 후보 등록은 다음 달 18일과 19일 이틀간 진행됩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는 다음달 4일부터 야권 단일화까지는 약 13일의 시간이 있는 건데요. 정치권에선 단일화 방식을 두고 '지루한 샅바싸움'이 막판까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합니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양측이 13일동안 대하드라마같은 미니시리즈를 연출해야 임팩트 있는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텐데 가상의 여권 후보를 가정한 '경쟁력 조사'를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 측과, 당세를 등에 업고 '적합도 조사'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장성철 소장도 "경쟁력 조사는 지난 2012년 안철수 후보 측이 문재인 후보 측에 이미 한번 제안했던 안인 만큼 이번에도 '경쟁력 조사' 방식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장 소장은 이어 "국민의힘 계열 보수우파 정당은 '경쟁력 조사'로 후보를 선출한 적이 없어서 '경쟁력 조사'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국민의힘과 '경쟁력 조사'를 고집하는 안철수 측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적합도 조사'가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확장성을 강조하며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야권 적합도가 높은 후보를 묻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의 취지를 살리려면 '경쟁력 조사'로 가는게 맞다"며 "단일화라는 게 본선에서 센 사람을 뽑자는 것인 만큼 보수 후보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 경쟁력을 묻는 게 합리적인 문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앞으로 단일화 신경전은 '디테일'에서 매우 치열할 전망인데요. 이러쿵 저러쿵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단일화가 깨질 것이란 냉소적인 분석도 있습니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아름다운 단일화든, 아름답지 않은 단일화든 협상이 중간에 깨지지 않고 결과를 내려면 양측 후보 진영 뿐 아니라 단일화를 성사시킬 제 3의 기구나 주요 인물들의 압력, 통제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야권엔 그런게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과거 2002년, 2011년, 2019년의 진보진영의 단일화를 잘 살펴보라"면서 "당시엔 진보진영의 원탁회의나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같은 강한 단일화 압력이 있었는데, 지금 야권 단일화 과정에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통제가 보이지 않아 서로의 이해득실만 따지다 갈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기주 기자(kiju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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