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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2월에 핀 우리 꽃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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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변산바람꽃/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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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에 눈 온 이틀 후,

그쪽으로 갔습니다.

당도하니 눈이 거의 다 녹았습니다.

변산바람꽃이 눈으로 말갛게 세수한 듯,

곱디곱게 꽃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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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변산바람꽃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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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고우니 별명이 '변산 아씨'입니다.

하얀 꽃잎은 꽃잎이 아닙니다.

꽃받침이 변하여 꽃잎인 듯 진화한 겁니다.

곤충 드문 2월에 꽃을 틔운 터니

이리 변신하여 어떻게든 곤충을 유혹하려는 전략입니다.

마침 곤충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들의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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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변산바람꽃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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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든 등에는 휴대폰으로 찍건 말건 아랑곳없이 꿀을 땁니다.

겨우내 기다리고 기다렸을 테니 사람은 안중에 없습니다.

오로지 꿀에만 관심 둘 뿐입니다.

등에가 꿀을 빠는 녹색 꿀샘은 원래 잎이 저리 변신한 겁니다.

녹색 꿀샘이 하도 고와서 바람꽃 중 변산바람꽃을 으뜸으로 꼽습니다.

돌 땅을 뚫고, 언 땅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운 2월의 변산아씨,

변산바람꽃입니다.

중앙일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노루귀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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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도 한껏 올라왔습니다.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보듬으며

분홍 꽃을 피웠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땅에서 올라옵니다.

그 잎이 노루귀를 닮아 노루귀입니다.

잎이 늦게 피는 이유는 뭘까요?

곤충을 유혹하는 데 행여나 걸림돌이 될까 하여 그리했답니다.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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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노루귀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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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노루귀도 올라왔습니다.

키라고 해봐야 10cm 남짓입니다.

그 꽃대는 가늘다 못해 가녀립니다.

그 가늘고 가녀린 꽃대로 어찌 낙엽 더미를 헤치고 올랐을까요!

게다가 건듯 분 바람도 감당 못 할 만큼 여리디여립니다.

그런데 그 여린 꽃대에 소담하게 달린 꽃,

이루 말할 수 없이 곱디곱습니다.

중앙일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노루귀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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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은 아무 때나 얼굴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해가 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꽃잎을 닫아버립니다.

비가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슬이 내려도 꽃잎을 닫습니다.

이는 꽃술을 보호하고 향기를 가두어 놓으려는 그들의 생존 본능입니다.

꽃술이 그들에겐 생명줄과 다름없으니까요.

노루귀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줄기의 솜털입니다.

보송보송한 솜털,

솜털을 살려 사진 찍는 방법은 뭘까요?

동영상으로 노루귀의 솜털을 살려 찍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살아나는 촬영법을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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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복수초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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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중 또 하나 샛노란 복수초입니다.

우리 땅에서 정월 초하루면 핀다 하여 원일초,

얼음을 깨고 올라온다 하여 얼음새꽃,

눈을 녹이며 핀다 하여 눈색이꽃으로 불립니다.

복수초가 언 땅을 뚫고,

얼음과 눈을 녹이며 필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주변 보다 복수초의 체온이 6~7도 더 높은 게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체온으로 눈과 얼음을 녹이며

꽃을 내밀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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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복수초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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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빛을 모아 금잔처럼 핀다 하여 측금잔화라고도 합니다.

꽃을 자세히 보면 잔처럼 오목합니다.

오목하여 따듯하고 밝으니 곤충의 놀이터가 되는 겁니다.

추운 2월에 피어도 수정을 하고

살아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앙일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복수초, 노루귀 /202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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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와 흰 노루귀가 한데 어울렸습니다.

서로 예쁘다며 뽐내듯 하늘 우러렀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전략으로 2월에 핀 우리 들꽃 삼총사,

그들이 피워 올린 건 어쩌면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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