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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누가 적합? 누가 경쟁력? 단일화 질문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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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野단일화 다음주 스타트

조선일보

오신환(왼쪽부터), 조은희, 나경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DMC에서 열린 채널A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4인 합동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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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2차 단일화’를 앞두고 물밑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3월 4일 후보가 결정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금태섭 전 의원 간 단일화는 3월 1일 결론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안 대표 측이 야권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2차 단일화와 관련해 여론조사 문항, TV 토론 횟수 등을 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단일화 시민여론조사에서 후보의 ‘적합도'와 ‘경쟁력'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춘 문항을 만들 것이냐다. ‘야권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가’ ‘여당 ○○○ 후보에게 맞서 누가 더 경쟁력 있는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안 대표 측은 “여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경쟁력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선거의 성격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응답자들이 ‘누가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적합도를 기준으로 하면 이념적 정체성이나 개인적 선호도 등의 변수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적합도’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맞설 후보는 제1 야당 후보가 적합하다는 논리다. 나 전 의원은 “룰은 안 대표가 정해도 좋다”, 오 전 시장은 “룰은 언제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본령은 서울시장으로서 누가 가장 능력이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라 적합도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은 적합도를 기준으로 하는 게 상식적인데 의견이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도 양측이 비슷한 논란을 거듭한 끝에 절충이 이뤄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문항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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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를 방문, 다문화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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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단일화 문항은 양측이 공정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만들면 되는 것인데 안 대표가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단일화 시기를 두고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기간(3월 18~19일)까지 단일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안 대표 측은 늦어도 15일까지는 결론을 내자는 쪽이다.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측은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통해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2주쯤 양 후보의 공약과 비전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여당 후보에게 맞서 본선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선 야권 단일화 과정도 신속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양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후보 등록 기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을 1회로 제한한 상황에서 유튜브 토론회 횟수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측은 “3~4회는 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안 대표 측은 “1~2회면 충분하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략실장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지만 ‘아름다운 단일화’ 없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잡음을 줄여가면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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