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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봉 6천 연봉 안 올리면 사람 못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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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800만원 인상…넷마블 등 동일수준

게임 개발자 초봉 한달새 1000만원 뛰어

BTS기획사 ‘빅히트’ 도 영역확장 인력 흡수

상대적 자금부족 중기·스타트업은 발동동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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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픈클래스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는 예비 네이버 개발자들 모습(윗쪽). 2019년 넥슨 개발자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네이버 공식 블로그·넥슨 제공]


“현재 연봉 수준으로는 개발자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MZ세대)들은 입사전 연봉부터 따질 정도로 매우 민감합니다” (IT업계 관계자)

올해 들어 IT기업 연봉 인상 바람이 거침 없다. 넥슨의 전 직원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 깜짝 발표 후 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들이 줄줄이 같은 수준으로 따라갔다. 급기야 크래프톤은 2.5배인 ‘2000만원 인상’까지 꺼냈다. 게임업계 개발자 초봉도 한 달도 안돼 50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뛰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리는 이유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 경쟁사에 자사 개발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개발 인력 이동이 잦은 IT업계 특성상 우수 인재를 놓치는 것이 회사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연봉을 통해 업계 최고 대우를 하는 것이다. 특히 보상에 민감한 젊은 ‘MZ세대(1980년 대상 밀레니얼,2000년대생 Z세대를 통칭하는 말)’ 들은 연봉이 높은 회사로 몰린다.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 확대로 IT업계가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개발자 모시기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 불문 연봉 안 올리면 개발자 구하기 힘들다=올해 게임사에서 촉발된 연봉 인상 바람은 지난해 쿠팡의 선제 공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등 IT기반 서비스를 고도화 중인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을 6000만원대로 책정했다. 또 경력 개발자 200여명을 공채하면서 합격 시 최소 5000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주겠다고 공표했다.

방탄소년단(BTS) 기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VR(가상현실) 콘서트 등 IT 영역을 넓히면서 개발자를 대거 빨아들였다. 그 결과 최근 1년 사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에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한 직원만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력 대이동에 위기감을 느낀 네이버는 2019년부터 전 직원에게 지급해 온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27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씩을 상여금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으로 이어진 연봉 인상 러시에 평균 연봉 8000만원이 넘는 엔씨소프트도 파격적인 대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는 매년 3~4월 연봉 협상을 해 또 한 번 업계 최고 기록을 경신할지 주목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직방도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또 재직 중인 직원 연봉은 개발 직군 2000만원씩, 비개발 직군 1000만원씩 일괄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경력 개발자에게는 기존 직장의 1년치 연봉을 ‘사이닝 보너스’로 주기로 했다. 한도는 최대 1억원이다.

이밖에 핀테크 기업 토스도 경력직을 채용하면 기존 직장 연봉에서 최대 50%를 인상해주고 토스 스톡옵션을 1억원 상당 안겨준다고 밝혔다. 당근마켓도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내걸고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스타트업 출혈 경쟁에 ‘발동동’=사상 최대 실적으로 두둑한 현금을 쌓아둔 대기업들이 고액 연봉에 개발자를 데려가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인재 지키기에 안간힘이다. 우수한 개발자를 잃으면 회사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에 영향을 주고, 이는 개발자 유치를 위한 자금 부족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한정된 개발 인력 풀 안에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 수급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대학 등 교육 기관에서 우수 개발자가 기업이 원하는 규모 만큼 공급되지 않아 인력난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인력을 지키고 다른 회사 경력직 유치에 치중하면서 연봉 인상 경쟁으로 불붙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해도 대기업이나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에서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갈수록 올라가는 개발자 몸값을 맞추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 IT기업 관계자는 “과거 중국 현지 기업들이 파격적인 대우로 개발자를 데려간 것보다 현재 국내 기업 간 개발자 확보 전쟁에 타격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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