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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플레 아직 아니고, 경기 회복은 불안"...한은, 6번째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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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0.5% 금리 유지
"인플레 우려할 수준 아니다" 판단
경기 지표 아직 불안 완화 정책 더 필요
미 연준의 완화 기조 강조도 금리 동결에 영향
한국일보

한미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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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채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 않아 아직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단호하게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유지를 강조해와, 한은에는 '금리 동결'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도 기준금리 0.5%로 동결...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유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5%로 낮춘 이후 6번째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가시화한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크게 끌어내렸고, 두 달 뒤인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은 국민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는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생각"이라며 동결 결정 배경을 밝혔다.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018년 8월 이후 최대치(2%)를 기록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은은 본격적인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는 결국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다"며 "최근 나타나는 현상을 기저효과와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잔뜩 부풀어 오른 자산시장과 달리 실물 경기는 아직 바닥 신세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지난달엔 전년 동월 대비 98만2,000명이나 감소해 실업률이 5.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개월째 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고,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소비도 주춤한 상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한은이 당분간 제로(0)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 제한 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려 있던 소비가 짧은 시일 내에 폭발할 수 있는 만큼, 단기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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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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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목표치까지 3년 걸릴 것"... 제로금리 유지 시사


연일 이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단호한 대처는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당분간 금리 인상 조치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2%)까지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고용과 물가 상황을 보면서 제로(0)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은 파월 의장과 이 총재가 비슷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특별히 크거나 지속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최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채권금리 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총재, 국채 직매입 재차 반대... CBDC는 "신중하게"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안한 '한은의 국채 직매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확인했다. 한은법 75조에 관련 조항이 있지만, 법이 만들어지던 1950년대와 지금은 정부 재정 상황이 확실히 다른 데다 1995년 이후 국채 직매입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국채 직매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금 만약 우리가 국채를 직접 인수하면 우리나라 정부 재정 건전성이 의심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 재정의 화폐화 논란이나 중앙은행 중립성 문제, 대외 신인도 문제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밖에 중국이 1년 안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와 관련해 이 총재는 "중국도 전면 도입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며 "연준의장이 '빨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듯, 한국은행도 차근차근 준비해 신중하게 제도적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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