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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한국과 이란…70억 달러를 둘러싼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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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국이 10억 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

한국 "자금 이전의 액수나 시기 등은 여전히 결정된 바가 없다"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원화자금 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 7천억원을 둘러싼 공방입니다.

70억 달러의 정체는?

70억 달러는 원래 한국이 이란에 지불했어야하는 원유대금입니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이란의 핵개발을 이유로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키고, 1년 뒤엔 이란 중앙은행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습니다. 미국이 지정한 테러리스트와 금전 거래를 하는 모든 주체는 즉시 미국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당할 수 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하는, 미국 제재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북한에도 적용되고 있는 제재수단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운용하는 미국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70억 달러는 이란에 돌려줄 수 없는 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 긴밀했던 한-이란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결국 이 자금 때문입니다. 미국의 제재에 맞닥뜨린 이란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수출입이 아예 막히면서 이란 국민들은 의약품이나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외교관계도 외교관계지만 이란 국민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가 된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예외적 승인을 받아 이 자금을 이란에 돌려주는 방법을 오랜기간 모색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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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선박을 볼모로 한국 압박

그러던 중, 지난 1월 4일 한국의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로 가던 중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됐습니다. 이란은 한국케미호가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면서도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동결자금 문제를 협의하자고 재차 요구해왔습니다. 결국 자금 문제가 선박 억류의 배경이라는 얘깁니다.

이란은 억류 한달 만인 지난 2일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에 대한 억류 해제를 결정했습니다. 1월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일행이 이란을 방문해, 자금 이전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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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전에 대한 협의는 계속 돼 왔습니다. 22일엔 유정현 주 이란대사가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우리가 제안한 자금이전 '방법'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습니다.

가장 우선해서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스위스인도적교역채널(SHTA)입니다. 중립국인 스위스의 기업이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인도적 물품을 이란 측에 수출하고, 스위스 기업은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자금을 수출대금으로 지불받는 방법입니다. 미국이 제재 예외를 인정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이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위스 은행에 있는 이란의 계좌에 한국 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자금을 송금해야합니다.

이란이 금방이라도 돈을 돌려받을 것처럼 공표하고 있지만 양측이 합의한 건 이같은 자금 이전의 방법일 뿐, 실제 금융거래에 대한 절차적 승인과 시기와 액수 등은 모두 미국과의 협의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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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한국의 진실게임

문제는 이란 측이 이를 계기로 연이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면담 당일, 이란은 정부 홈페이지에서 양측이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 측에 이전 자산의 규모와 목적지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23일에는 이란 정부 대변인이 "한국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데 동의했으며 10억 달러를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까지 한국 등과의 자산 동결 해제 합의에 대해 "경제 전쟁 승리의 조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24일엔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미국과 협상한 뒤 동결 해제를 준비하는 것은 한국에 달린 일이며, 한국이 지급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에 따라 대응조치할 것"이라고 협박성 멘트까지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일관되게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는 미국과 협의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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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이란 핵협상의 전초전?

이즈음 미국에서도 이란 자금과 관련해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이란 자금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과 폭넓게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데 이어,

24일에는 "한국 외교부가 미국과 협의 후에 이란 자금이 풀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한국은 제재 이행에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금 이전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 때문에 동결 자금 이전을 둘러싼 한국과 이란은 협상은, 핵합의(JCPOA) 복귀를 위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전초전으로도 보입니다.

핵합의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에 합의사항의 준수를 주문하며 포괄적 협상을 벌이자고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미국이 부활한 제재를 먼저 풀라고 요구하는 등 양측은 현재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란 측이나 미국 측이 한국에 있는 70억 달러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수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이란의 언론플레이는 자국 내 소수인 협상파의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을 우회적으로 자극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원치 않게 중간에 낀 신세가 됐지만, 우리 정부는 선박과 선장의 억류 해제라는 또다른 중요한 숙제를 해결해야합니다.

결국 이란 측에 빠른 시일 내 선박 억류를 해제해야 궁극적으로 미국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을 적극 설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효정 기자(hope03@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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