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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해도 명예훼손"…헌재 '합헌' 첫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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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측 "일단 훼손된 명예 회복 어려워…예방효과 확보해야"

반대측 "표현의 자유 위축…'전략적 봉쇄소송' 가능"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재판관석에 앉아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21.2.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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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법률이 합헌이라 선언한 최초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A씨가 "형법 제307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5명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만 재판관 4명은 반대의견을 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8월 반려견의 치료를 받은 후 병원에서 부당한 진료로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위기까지 겪게 됐다고 생각해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를 SNS에 올리려했다. 그러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알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2016년 2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2018년 1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대법원에서 재판을 진행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파속도와 파급효과 광범위…표현행위 제한 필요성 커져

헌재는 "사실 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다.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이러한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하는 것은 그러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했다. 헌재는 "명예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법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형법 제310조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과 관련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면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만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 심판대상 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하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性的 志向)·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Δ헌법에서 표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는 점 Δ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가해자의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Δ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반대의견 4명 "과잉금지원칙 위배…'전략적 봉쇄소송' 가능"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유 재판관 등은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하며 헌법이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국가·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의 비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외적 명예 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봤다.

유 재판관 등은 또 "감시·비판을 봉쇄할 목적으로 진실한 사실적시 표현에 대해 형사 절차를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이 가능하게 되며 수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며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의 자유 위촉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진실한 사실적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는 형해화될 수 있다"면서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의 사실적시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해당 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부연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사실적시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나 타인의 명예를 그 보호 법익으로 하고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와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대법원의 해석을 통해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음을 고려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선언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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