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합의 안하는게 유족에 최선인가" 을왕리 음주사고 변호 논란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억 합의 거부 유족에, 동승자 B씨 변호인 "진정한 의사인가"

JTBC

지난해 9월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당시, 사고 벤츠 차량의 모습. 이날 사고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사망했다. [JTBC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합의를 하지 않는 게 유족의 진정한 의사이고 최선의 결과일지 의문이 든다"

검찰이 25일 을왕리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 운전자 A씨와 동승자 B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숨진 날에도 생업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던 가장이 음주운전으로 숨을 거뒀다"며 "상처를 입은 유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엄벌은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30대 여성 운전자 A씨는 흐느끼며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동승자 B씨도 "죄송하다"는 말을 3차례 반복하며 사죄했습니다.

◆검찰 구형보다 주목받은 변호인의 '의문'

하지만 이날 법정에선 이들의 사죄보단 동승자 B씨 측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B씨 변호인이 "B씨가 모든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합의가 없다는 것이 진정한 유족의 의사인지, 유족에게 최선의 결과일지 의문"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두 피고인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다며 수억원의 합의도 거부하겠단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B씨 변호인이 '그게 최선이냐'며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JTBC

인천 을왕리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 지난해 9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B씨는 A씨의 음주운전 치사의 공범과 A씨의 음주운전을 적극 권유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방조가 아닌 공범이라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량이 훨씬 더 높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2018년 11월 개정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윤창호법이 음주운전 동승자에게도 적용된 건 B씨가 처음입니다.

◆검찰 "동승자 B씨, 책임 축소에만 열중"

검찰은 B씨가 사고 당시 차의 문을 열어주며 A씨의 운전을 적극 권유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은 "B씨가 만취한 A씨를 음주운전 하게 해놓고 사고가 나자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는데 열중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유족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TBC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당시 모습. 운전자 A씨는 동승자인 B씨가 자신에게 운전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씨가 음주운전을 시킨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B씨의 변호인은 "(사고 당시) 잠이 들은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이달 초 피고인 신문에서도 B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55차례나 했습니다.

JTBC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가던 B씨에게 "합의를 하지 않는게 유족에게 최선일지 의문이라고 말한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습니다.

JTBC

을왕리 음주운전 피해자의 딸이 지난해 9월 게시한 청와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킨 배달하다 숨진 50대 가장, 국민청원으로 알려져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은 지난해 9월 인천 을왕리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배달을 하던 50대 남성 C씨를 중앙선을 침범한 벤츠 차량이 추돌해 숨지게 한 사건입니다. C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벤츠 차량의 운전자는 A씨, 동승자는 B씨였습니다. 이 사건은 숨진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안타까운 사정에 63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경찰청은 '엄중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인 0.194%로 면허 취소 수치(0.08%)의 두 배를 넘겼습니다. 피해자의 딸은 국민 청원에서 "제발 최고 형량이 나오게 부탁드린다"며 "(음주운전 사고로) 저희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이 났다"고 했습니다. 두 피고인의 선고 공판은 4월 1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박태인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