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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현수 사태, '미완의 봉합'과 文대통령 '침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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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한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신현수 사퇴 파동'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 수석 거취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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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허주열의 '靑.春일기'] 구중궁궐 떠올리게 하는 당사자들 침묵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파동이 미완의 상태로 봉합됐습니다. 지난주 18일부터 나흘간 휴가를 떠났던 신 수석이 22일 돌아와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한다고 밝히면서 거취 논란이 일단락된 것입니다. 다만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중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4일 오전 현재 신 수석 '유임' 혹은 '교체'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는 셈입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뒤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던 신 수석이 숙고의 시간 끝에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이대로 청와대를 떠나게 될 경우 오랜 인연이 있는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등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권을 문 대통령에게 넘기면서 정권의 내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로 신 수석은 그간의 삶을 통해 쌓아온 많은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먼저 문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신뢰의 균열이 생겼습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만류에도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그 상태로 휴가를 떠나 대통령 리더십을 흔드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한다고 말을 바꿨지만, 문 대통령은 어떤 답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와 여권 인사에게도 신 수석은 집권 5년 차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의 참모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신 수석이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 정권 고위 인사 중 소신대로 행동하는 손에 꼽히는 인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야권도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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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휴가에서 복귀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신현수 민정수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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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신 수석의 사퇴 파동으로 대통령 리더십이 크게 손상받고 국정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애매하고 어정쩡하게 넘어가려는 것 같다"며 "민정수석의 결기가 작심삼일에 그치고 박 장관의 요구대로 우리 편에 서기로 해서 투항한 것은 아닌지 대단히 의아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지난주 내내 정치권을 뒤흔들 사태에 대해 당사자와 인사권자 모두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던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에게 '(신 수석의 입장 번복에) 문 대통령은 어떤 말씀을 하셨는가', '거취 일임은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둬들인 것인가', '문 대통령은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생각인가' 등을 물었더니 "신 수석 거취 문제가 일단락됐다"고만 재차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은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이날은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렸습니다. 공개된 문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경제 위기 극복, 국내 벤처기업 활동 상황, 벤처 창업가들의 기부행렬 칭찬 등에 대한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정권에 악재인 불리한 일에는 입을 닫고, 유리해 보이는 사안에는 입을 열고, 그런 청와대가 먼저 공개하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작금의 청와대 모습은 옛날 임금이 살았던 '구중궁궐'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양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구중궁궐 안에서 환관이나 측근들을 통해 제한된 정보만 접했던 황제나 왕이 이끌었던 나라의 끝이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제군주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런데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의혹'은 감출수록 해소되지 않고 커지기 마련입니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불신'을 낳고, 불신이 증가하면 '음모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신 수석 사퇴 파동을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들이 나왔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신 기자들 앞에 나타나 "신 수석이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고만 강조하면 이 모든 것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까요.

'소통'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모습의 그립고, 또 아쉽습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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