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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폭력은 평생 지울 수 없다” 일깨운 ‘학폭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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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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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프로야구와 연예계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유명 선수와 연예인의 중·고교 시절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연일 쏟아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들 중 일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직업 활동과 직결되는 연예인에게 학폭 가해자 지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억울한 일이 생겨선 안 된다. 그러나 2018년 ‘미투’ 운동이 시작될 무렵처럼 학폭 피해 주장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는 건 분명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연예계의 학폭 피해 고발은 전부터 간간이 이어져왔다. 2019년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와 인기 록밴드 멤버 등은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나온 뒤 무대에서 내려가야 했다. 앞서 2011년에는 한 아이돌그룹 남성 멤버의 학폭 가해 사실이 드러나 팀이 해체되기까지 했다. 기획사나 방송사는 신인 발굴 단계에서 학창 시절 평판을 조회하는 등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 학폭 폭로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피해자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고교 시절 학폭이 비단 체육계나 연예계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유명인과 관련돼 있어 논란이 증폭됐을 뿐, 최근에는 에스엔에스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일반인의 가해를 폭로하거나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내용도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피해 지원 단체에도 10~20년 전 피해에 대한 상담이 현재 학생들의 상담보다 많을 만큼 크게 늘었다고 한다. 피해를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평생 상처로 남은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체육계의 학폭 근절을 위해 “운동선수의 학폭 이력을 대표선수 선발 및 대회 출전 자격 기준에 반영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학폭은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법이나 제도를 통해 벌하는 걸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이번 학폭 폭로 사태가 ‘학폭은 철없는 시절의 장난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평생 고통을 안기는 무서운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비폭력 감수성을 길러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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