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익표 정책위의장과 귀엣말을 주고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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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증세 법안을 발의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사회안전망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증세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당 내부에서도 "정직하게 증세를 해야 하지 않냐"란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제출돼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하면 복지공약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여권 잠룡들의 증세론 대결로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국난시기에 고소득자·대기업의 소득·법인세율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재난대응 증세방안을 법안 형태로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특별재난연대세를 신설해 코로나19 수혜 기업과 근로자 등에게 증세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은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3조~5조원가량을 더 걷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대선·보궐선거 주자들이 모두 복지 확대를 주장해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장밋빛 전망만 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복지 확대, 코로나19 대응,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등을 위해 중장기적인 (재원 마련)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가 "증세는 없다"고 못박아둔 상황이어서 법안이 제출되면 적잖은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증세는 불가능하다. 벌써 증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놀라운 상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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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증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3일에도 "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를 증세를 통해 늘려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달 초 자신의 핵심공약인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중기적으로 연간 50조~60조원에 이르는 조세감면분을 절반가량 축소하면 조달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 저부담·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국가부채 증가에 우려를 표하며 "재정당국에서도 지금쯤 증세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가 정직한 접근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증세 방식에 대해서도 여당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조세감면 축소와 함께 탄소세·데이터세·토지세 등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정세균계' 중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포인트 인상해 손실보상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복지 확대가 맞물리며 재정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되는 중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88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은 3.9%에 달한다. 국가부채는 1327조원까지 늘어나 GDP 대비 비율도 58.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정부 발표 이후에 국회가 2021년도 본예산을 대폭 늘리고, 추가경정예산까지 추진하고 있어 재정지표는 더욱 악화된 상태다.
이에 지난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재정준칙 도입이 추진됐지만 여야가 각자 다른 이유로 정부안을 반대하고 있어 도입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여당에서 수용가능성이 높은 증세법안이 대안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책 없는 지출확대 경쟁만 펼쳐지다 솔직한 증세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경제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라며 "다만 연간 3조~6조원 규모 증세로 수십조 원의 코로나19 추가지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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