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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첫차에서 만난 그들은 반 년 차이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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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고자 이야기 ①] 해고된 청소노동자 김계월-김정순의 2020년

이런 이야기가 있다.

잠깐이지만 매일 옆자리에 앉던 아는 동생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정순씨(65)는 12시간을 일하고 집으로 가는 아침 첫 열차에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녀를 찾기 위해서다. 아침 첫차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타고내린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그 사람이 앉던 자리에는 낯모를 사람들이 앉았다 일어선다. 정순씨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지 못한 그 얼굴을 보름 후 뉴스에서 본다. 동생은 해고되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철거되는 천막과 함께 동생의 몸이, 얼굴이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5개월 후, 그녀도 더 이상 그 열차를 타지 못하게 된다.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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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1일, LG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로비에서 농성 중인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출입과 연대단위의 출입을 통제해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김계월씨와 김정순씨의 모습.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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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도 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유리 벽이 그리 두껍지 않은데도, 서로의 목소리도 온기도 전해지지 않는다. 전기와 난방이 끊어진 서늘한 건물 로비에 언니 정순씨가 있다. 언니는 종일 먹지 못한 얼굴로 계월씨(59)를 맞는다. 회사가 식사 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11일 해고자가 된 계월씨가 2020년 12월 31일, 어제로 해고자가 된 언니를 본다. 밀면 몸체가 돌며 열리도록 설계된 문은 거짓말처럼 열리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운다.

"이 추운데 어찌 왔어."
"우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 이겨요, 언니."


이 영화 같은 장면들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계월씨와 엘지트윈타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정순씨의 이야기다.

첫차를 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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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케이오 농성장 철거 이후 ▲ 작년 여름, 공권력에 의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천막 철거 이후, 해고노동자들은 트럭과 1인용 텐트로 투쟁을 지속하였다. ⓒ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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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을 만났다. 계월씨가 신정역 7-2번 자리에서 지하철을 타면, 문 옆자리에 늘 정순씨가 앉아있었다. 정순씨는 야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고, 계월씨는 아침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아침 첫차를 꼬박 타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계월씨는 그 첫차에 자신들보다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고 그런다. 입은 옷을 보고 얼굴을 표정을 보고, 서로는 서로의 노동을 짐작했다. 서로의 고됨도 가만히 짚어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첫차는 그래."

계월씨는 그렇게 말한다.

"그 할아버지가 내 안부를 물어보더래. 안 보인다고. 해고됐다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언니가 적당히 둘러댔다고 하더라고."

계월씨가 보이지 않자 정순 언니도, 새벽차를 몇 년간 같이 타고 다니던 이름 모를 노동자도 계월씨를 걱정했다.

"노동의 안식처가 의자야. 잠시 앉아 자고 가는 게 천국이지."

서로에게 천국을 선물했던 두 사람이 앉던 자리에 이제, 그들은 없다. 계월씨는 2020년 5월 11일에, 그리고 정순씨는 2021년 1월 1일에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첫차는 두 사람을 태우지 못하고 신길역을, 김포공항역을 지나간다.

일상을 잃는다는 것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영화 속에서 해고자 김진숙씨는 볕 드는 조선소 앞에 누워 다 같이 젖은 발을 말리던 장면을 회상한다.

"아무 특징이 없는 그 일상 중의 한 토막이, 그 광경이 제일 그리워요."

김진숙씨는 그 장면에 도달하기 위하여 항암치료도 중단한 채, 양말을 몇 겹 겹쳐 신고도 한기를 막을 수 없는 영하의 길을 34일 동안 걸었다. 300여일 째 노숙농성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도, 70여일 째 로비농성 중인 엘지트윈타워 노동자들도 그 일상의 한 토막을 되찾기 위해 함께 걸었다.

"5년 동안 아침을 먹고 간 적이 없어. 믹스커피 하나 얼른 타 먹고 일 들어가는 거야. 그걸 서로가 아는 거지."

정순씨는 고구마, 옥수수, 누룽지 같이 요기가 되는 것들을 챙겨와 계월씨 주머니에 넣어주곤 했다. 계월씨는 언니가 주머니에 넣어준 것들을 가져와서 동료들과 나누어 먹었다. 서로가 밥을 못 먹고 다니는 것을 아는 그들은 늘 주머니에 요깃거리를 넣어 다녔다. 계월씨는 정순씨에게 손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학용품이며 장난감 같은 것들을 가져다 언니 가방에 넣어주곤 했다.

졸음에 못 이긴 서로를 깨워 지하철을 내리던 날들이, 인천행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혼잡한 행렬 속에 서로를 잃을까 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함께 뛰던 시간들이, 내일 만나자면서 서로의 주머니에 간식을 넣어주던 순간들이 해고와 함께 사라졌다.

해고되기 전 그녀들의 일상이 그렇게 멈춰버렸다. 아무 특징도 없는 일상들을 잃어버리도록 두는 것, 또한 되찾지 못하게 되는 것. 나아가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것. 그것은 공포다. 그것은 일상을 잃은 이들에게도, 일상을 잃을지 모르는 이들에게도 공포다.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하여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을 지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기업에 지원하고도, 노동자들의 해고는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2조 4천억 원이라는 세금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 업체 아시아나케이오는 무기한 무급휴직 강요와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장기화되는 무급 상황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을 그만두게 하는 방식으로 인력조정을 유도했다.

2019년에는 500여 명이던 노동자가 현재는 절반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숫자의 0을 다 세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은 노동자들에게 가닿지 못하고 증발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대체 누구의 고용을 안정시킨 것일까. 그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주)아시아나케이오의 대표이사는 법대로 해결하자더니,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나자 해고 기간 임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면서 판정 이행을 거부했다. 얼마 뒤, 회사는 김앤장 변호사 3명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은 없다면서, 행정소송을 위해 엄청난 선임료를 지불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부에 의해서 그 목소리를 철거당했다. 재난위기 책임 전가로 인해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공권력에 의해 철거당해 해고자들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거나, 재난상황 속 정부의 무대책으로 무급휴직과 해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메인 뉴스가 되지 않는다.

대신에 그런 죽음들을 막자고 언 길 위에 몸을 던지는 노동자들이 감염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기사나,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영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한다. 재난이 발생시키는 공포는 안전조치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단지 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존에 대한 위협을 호소할 때 생명안전을 내세운 정부의 조치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은 정부가 살린 자들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의 선택적 지원이 발생시킨 생존 위기로 인해 노동자들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들어두었던 적금을 해약하고, 명절에 나눌 용돈이 없어 친지들을 방문하지 못하며, 시장에서 고기반찬을 파는 가게 앞을 서성인다.

공포정치는 일상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고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여되고 있다는 뉴스를 매체를 통해 접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그 천문학적인 세금은 구경도 못 하고, 단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가 자신에게 닥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해고만은 피하기 위해 장기간의 무급휴직도 말없이 견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장, 강조하는 정부의 선전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부르겠다는 회사의 공허한 말을 믿는다, 믿고 싶어 한다. 일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는 이렇듯 노동자들이 저항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해고가 단지 유예되었을 뿐인 노동자들의 일상은 무책임한 정부와 책임질 생각이 없는 사용자들에 의해 이미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위험을 막으려는 노동자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위험하다고 철거하고, 정작 진짜 위험을 초래하는 해고는 정당화한다. 노동자들이 함께 살아남는 길을 차단하고 파편화된 노동자들을 코너로 몰아넣는다. 공포를 조장해 공포를 덮는다. 공포정치는 이렇게 가능해진다.

이러한 공포정치의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는 노동자들이 있다. 오지 않기를 바랐던 투쟁 300일, 투쟁 100일이 목전에 있지만, 그들은 잃어버린 일상을 결코 잊지 않는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서 꼭 이겨 다시 아무 특징이 없던 그 일상들을 되찾자고 서로에게 말한다.

김진숙씨가 그리워하던 그 일상 중 한 토막은 봄의 일이다. 청계천 물이 얼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자던 노동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기다린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 한,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오마이뉴스

국립항공박물관 개관식에서 ▲ 국립항공박물관 개관식 때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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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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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혜정 시민기자는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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