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에 한 소상공인이 상담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소진공은 재난지원금(새희망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다. [한주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같은 자영업자이고 소상공인인데도 누구는 주고 누구는 못 받는 게 말이 되냐. 자영업자의 절반은 재난지원금을 구경하지도 못 했다."
"물론 재난지원금을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지원금이라기보다는 그냥 위로금 수준이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새희망·버팀목자금)을 지급했고 또 4차 재난지원금도 줄 예정이지만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업종의 경우 소상공인 기준에 들거나 집합금지·영업제한 대상이 아니더라도 연매출 4억원 이하만 받을 수 있었다. 음식·숙박업을 기준으로 매출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직원이 5인 이상이면 소상공인 범주를 벗어나는 자영업자(소기업)로 규정돼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됐다. 소상공인이어도 매출이 4억~10억원 사이인 경우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폭발 직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는 553만명이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지급 중인 3차 재난지원금(버팀목자금)은 이달 5일 현재 271만명에게 지급됐다. 나머지 280만여 명은 소상공인 기준(음식·숙박업 기준 매출 10억원과 직원 5인 미만 동시 만족)에 들지 못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충남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 카페연합 대표는 "2019년 6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작년에는 매출이 2억4000만원으로 4억원 이상 급감했다"며 "빚을 1억7000만원 정도 내서 버텼는데 연체를 하지도 않았는데 대출이 늘었다며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떨어져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허 대표는 "대출을 받은 돈으로 직원 7명을 유지하고 있는데 신규 대출이 안되면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도 되지 못하니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다들 들고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강남구에서 국밥전문점을 운영하는 정 모씨는 "우리도 영세한 자영업자인데 직원이 5명 이상이어서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라고 계속 안내문을 우리한테 보내면서 정작 고용을 유지했더니 도와주는 건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학원은 매출이 아무리 적어도 과목별로 강사를 두는 경우가 많아 직원 숫자가 5인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체 학원 중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15%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매출이 10억원 이하이거나 직원 5인 미만이면 모두 줘야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에만 주면 학원들은 또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되더라도 금액 자체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석 코인노래방협회 회장은 "소상공인으로서 정부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안 됐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면서도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의 절대 규모 자체가 임차료 전기요금 등 한 달치 고정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전통주점을 운영하는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는 "10평짜리 매장에서 월 임차료 50만원을 내는 가게라면 몇백만 원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처럼 직원 인건비만 4000만원씩 나가는 곳은 150만원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그렇다고 규모가 큰 업체가 작은 업체에 비해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고 고정비용만 더 높아 매출 감소 시 손실만 더 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허희영 대표는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제대로 영업을 하지도 못하게 만든 뒤 얼마 되지도 않는 재난지원금으로 생색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자영업자·소상공인 무이자대출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방역조치에 협조해 발생한 부분에 대한 손실보상 목소리도 크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방역을 위해 장사를 못하게 하면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나가는 자영업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국가 조치로 인해 손실을 본 만큼 소급적용을 통해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권한대행도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대상이 됐다면 소상공인이 아니어도 구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덕주 기자 / 이종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