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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원정사 법상스님이 울리는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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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승 20년' 마치고 도심 포교 집중…쉬운 법문에 유튜브 '목탁소리' 인기

"우리 곁에 코로나가 와 있을 뿐, 있는 그대로 보면 스트레스 사라져"

연합뉴스

유튜브 방송 '목탁소리' 법상스님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유튜브 방송 '목탁소리' 운영자이자 부산 대원정사 주지인 법상스님이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 후에 사진 촬영에 응했다. 2021.2.21 eddi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그저 이 세상과 나에게 '코로나'가 와 있을 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인정하고 나면 이걸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부산 대원정사 주지인 법상(法相)스님의 설법은 쉽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목탁소리'의 법문을 듣고 있노라면 불교 교리의 실마리가 하나둘 풀리는 느낌이다. '중언부언'이 없다.

쉬운 법문은 짧게는 이틀거리로 목탁소리 계정에 올라온다. 영상 속 공전 없는 또렷한 가르침은 불자를 넘어 열린 종교를 지향하는 다른 종교 신자들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지난 16일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님은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라"고 당부했다.

좋은 것에는 집착하고, 싫은 것은 떨쳐내고 밀어내려는 '취사간택(取捨揀擇)'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제법실상(諸法實相·있는 그대로의 참모습), 촉목보리(觸目菩提·눈에 보이는 것이 깨달음)다.

"내가 본래 부처이고, 본래 진실인데 이건 좋은 거, 저건 싫은 거라고 하니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이곳에 와 있을 뿐이죠. 모든 괴로움이 이렇게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바라던 것을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낯선 환경에 지배된 요즘 한 번씩 마음을 털어내고 다잡고자 할 때 되새겨 볼 법한 말씀이다.

그는 보통의 스님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학원을 다닐 때인 1998년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했고, 이듬해 군에 입대하며 군승(軍僧)의 길을 택했다.

그로부터 20년 넘게 부대 장병들과 부대끼며 지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그는 군승으로 있는 동안 경기, 강원, 전라, 경상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장병들과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고 떠올렸다.

"너무 너무 너무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군에 있는 젊은 장병들과 함께 제 젊은 날을 보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신부님, 목사님, 교무님들과 한 부대에서 한 팀이 돼 군종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다 보니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승려처럼 사찰에서 소임을 맡거나 선방에 머물지 않고서 군승으로서 20년 이상을 지내게 된 데에는 어릴 적 다짐이 컸다고 했다.

법상은 사춘기 시절인 중학교 2학년 때 한 스님을 통해 불교를 접하게 됐는데, 당시 가정이나 학교에서 겪었던 문제들이 사라지고 스스로가 변하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마음이 변하면서 주변 환경도 달라지고, 형제들도 바뀌고, 학교 성적도 좋아지고, 거칠었던 외면도 바뀌고….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했어요. 그때 세운 원력이 제가 행복해진 것처럼 힘들어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마음만 바꾸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군에 가야 한다면 군승으로 가보자고 했지요."

최근 소령으로 예편하고서 세상으로 나온 그는 부산 대원정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원정사는 뜻이 맞는 군승 출신 스님들이 운영하는 사단법인 대원회 소속 사찰로, 도심 포교 도량이다. 얼마 전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새 둥지를 꾸리며 법당도 새로 꾸몄다.

1998년 발심(發心) 출가가 세상을 떠나 불문에 드는 길이었다면, 전역과 동시에 도심 속 사찰 운영을 책임지며 일상 법회를 하고 불자들과 만나는 일은 20여 년 만에 찾아온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부산 대원정사 주지 법상스님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유튜브 방송 '목탁소리' 운영자이자 부산 대원정사 주지인 법상스님이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2.21 eddie@yna.co.kr (끝)



그는 대원정사를 꾸려가며 세운 원칙이 있는데,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도회, 천도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찰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데에는 본래의 뜻 외에도 재정적인 이유가 때론 자리한다.

대신 그는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어서 법문을 하고, 고민 있는 사람에게 상담하는 '카운슬러(counselor)' 역할을 한다. 또 불교대학에서 강좌를 하고, 불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성격상 번잡한 일을 좋아하지 않거니와 본질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커서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들어오는 게(수입) 적으니 나가는 것도 적더라고요. 공양주 보살 따로 없이 제가 밥해 먹고, 종무실장 없이 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전화 업무를 해주세요. 조직을 만들어서 하는 것보다 심플(simple)하게, 슬림(slim)하게 가자는 것이죠. 그렇다고 제가 기존 사찰의 문화나 전통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세상에 맞고 틀리고는 없죠. 그저 제 방식일 뿐입니다."

인터뷰 동안 질문의 난이를 떠나 쉽게 쉽게 답변을 풀어놓는 스님에게 '비법'이 궁금했다. 법문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타 종교를 따르는 이들까지 그의 목탁소리를 클릭하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인지.

"제가 어릴 때부터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알면 저 사람도 알겠지'하고 어렵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제가 이해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을 하는 거죠. 현학적인 교리를 설명으로만 푼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 생활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삶의 어떤 부분이 바뀔 수 있도록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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