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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의 복제품? 킴 노박 돌연 할리우드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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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노박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할리우드를 떠나야했다″고 털어놨다. [가디언 보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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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58년에 내놓은 영화 ‘현기증’은 당시 신인 배우였던 킴 노박(88)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렸다. 금발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노박은 늘 창백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남성 주인공(배우 제임스 스튜어트)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 그의 부인을 쫓는 내용의 이 영화는 ‘추적 시퀀스’의 정수로 꼽혔고, 관객들은 남성 주인공에 몰입해 스크린 속 매혹적이고도 신비로운 노박을 쫓았다.

하지만 ‘히치콕의 뮤즈’라는 찬사 속에서 방황하던 노박은 얼마 뒤 돌연 할리우드를 떠났다. 이후 시간이 흘러 종종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전만큼의 명성은 얻지 못했다. 노박은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를 구하기 위해 할리우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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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주인공 매들린 역을 연기한 킴 노박. [현기증 공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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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50~60년대 영화계의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노박은 “할리우드의 거물들은 내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되길 바랐다”며 “그러기엔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발탁한 콜럼비아 영화사의 사장 해리 콘을 지목했다. 노박은 “그는 나를 항상 ‘뚱뚱한 폴락(폴란드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 등으로 불렀다”며 “실제로 체중이 많이 나간 것도 아닌데 단순히 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비평가들이 쏟아내는 혹평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노박은 당대 최고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배우 마릴린 먼로의 대항마로 키워졌다. 콜럼비아 영화사는 마릴린 먼로가 20세기폭스사에 해줬던 것처럼 노박이 흥행과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때론 먼로의 라이벌로, 때론 복제품으로 소비됐다. 그가 본명 ‘마릴린 폴린 노박’에서 킴 노박으로 이름을 바꾼 것까지 세간엔 흥밋거리였다. 이같은 관심은 점점 더 외모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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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 한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킴 노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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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노박은 “멋진 옷을 입고 매혹적으로 보이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움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나이를 먹고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게 될 것을 생각하자 무너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33년 미국 시카고에서 체코 출신의 교사 부모에게서 태어난 노박은 어린 시절 수줍음이 많은 소녀였다. 하지만 20대가 되면서 광고지 모델과 엑스트라로 활동했고, 콜럼비아 영화사를 만나면서 본격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55년 조슈아 로건이 감독한 영화 ‘피크닉’으로 골든글로브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진 이글스’ 등으로 이름을 서서히 알렸다.

할리우드를 떠난 뒤에도 ‘라일라 클레어의 전설’ ‘몰 플랜더스의 연애담’ 등으로 종종 스크린에 복귀했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이후 미술에 몰두해 작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노박의 흥미로운 이력 중 하나는 ‘괴롭힘 방지 운동가’다. 2014년 오랜만에 오스카 시상식에 등장한 그를 보고, 당시 기업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박 킴은 그녀의 성형외과 의사를 고소해야 한다”는 트위터를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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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노박은 2014년 지방 주사를 맞고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세간의 조롱을 받았다. 이후 한 생방송에 출연해 이들을 비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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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사실 스스로도 끔찍해 보인다고 인정했다”며 “시상식을 앞두고 얼굴에 지방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2주 뒤 한 생방송에 출연해 막말했던 이들을 공개 비판했고, 이후 외모를 문제 삼아 괴롭히는 것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자신들에 대한 말 때문에 목숨을 끊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들에게 롤모델이 돼 돕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킴 노박의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많은 할리우드 후배 배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배우 나오미 와츠는 2001년 출연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속 자신의 캐릭터가 노박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고, 니콜 키드먼은 “삶을 존엄하고 진실하게 살아온 노박은 나와 모든 여성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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