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장기적으로) 낮은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며 증세론을 꺼내들었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달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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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증세론’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이 지사는 8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복지 지출을 향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복지확대와 기본소득 동시 추구가 재원조달에 수반되는 증세에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복지확대와 별개로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날(7일) 밤에 올린 글엔 더 명확한 증세 주장이 담겼다. 이 지사는 “(장기적으로) OECD 절반에 불과한 복지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하고, 낮은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 저부담·저복지 사회에서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가 증세 논의를 직접 열어젖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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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론’ 꺼낸 이재명…이낙연은 “증세 불가”
이 지사는 전날 A4용지 2장 반 분량 기본소득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글에서 자신의 기본소득론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기본소득의 성격에 대해선 “복지 확대 등 정치적 이유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종말과 이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경기침체를 방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며 “복지제도인 동시에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일반예산 절감(단기·26조원)▶조세감면 축소(중기·25조원 추가)▶증세(장기)를 열거하는 등 단계적 로드맵도 공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구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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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기본소득목적세 신설’을 제시했다.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기본소득목적세를 이해하기만 하면 (대다수 국민이)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찬성할 것”이란 논리였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환경세(탄소세)나기본소득데이터세, 기본소득로봇세, 기본소득토지세 등을 도입할 수도 있다”며 다른 방식의 증세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런 주장은 여권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비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복지 제도를 두텁게 강화하자는 취지의 ‘신(新)복지체제’ 구상을 밝혔으나, 증세 논의와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연설 다음 날 진행된 경제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선 “증세는 불가능하다. 벌써부터 증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놀라운 상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 대표가 제시한 ‘18세 이하 아동수당’ 구상에만 10조원이 넘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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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열패의식” 논쟁에 임종석도 가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반박하며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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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 대표가 국회 연설 직후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빼고 하는 곳이 없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는데, 전날 이 지사의 글엔 이에 대한 반박성 내용도 적지 않았다. 우선 외국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지사는 “아직 그럴 여력이 없거나, 고복지 국가의 경우 기존 대규모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제도 전환의 필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듯한 표현도 있었다. 이 지사는 전날 BTS와 기생충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이유로 우리의 선대들이 강제주입당한 사대주의 열패의식에서 벗어나 미리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한,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성취하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라고도 적었다.
그러자 이번엔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알래스카’ 발언을 한) 그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도 성토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월 50만원이 아직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도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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