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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250억 SF '승리호', 비주얼은 할리우드급vs서사는 K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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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조성희 감독의 초기작 '남매의 집'(2009), '짐승의 끝'(2010)에서는 디스토피아(Dystopia: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최악의 세계)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폐쇄된 집 혹은 폐허가 된 마을에 남겨진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 안간힘을 벌이다 파국을 맞는다. 시간과 공간, 심지어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마저도 최소화하지만 그 미스터리와 불안을 긴장으로 끌어오며 보는 이들을 몰입시킨다.

독립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조성희 감독은 2012년 상업영화 데뷔작 '늑대소년'으로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전국 700만 관객 동원)을 받았다. '조성희 월드'의 성공적인 안착이었다.

'늑대소년'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상업적으로 확장시킨 조성희 감독은 홍길동 서사를 대체 시대 활극으로 풀어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을 내놓았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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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년 간 품어왔다는 이야기 '승리호'로 또 한 번 모험을 시작했다. '승리호'는 조성희 감독이 전작들에서 시각화하지 않은 '제3세계'를 주 무대로 삼은 첫 번째 영화다. 자본과 기술력이 받침이 된 상황에서 '지구 멸망 시대에 인간이 우주로 간다면?'이라는 상상력을 야심 차게 구현해본 결과물이다.

오늘(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한국형 SF 우주물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완성도와 재미라는 균형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2092년, 사막화로 인해 지구는 멸망하다시피 하고, 우주 위성 궤도에 인류를 위한 안전한 보금자리 UTS가 마련된다. 그러나 이곳은 선택받은 5%만이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계층이 우주와 지구, 위아래로 나눠진 가운데 우주 공간에 떠도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는 오합지졸 군단이 등장한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마약 조직의 두목이었지만 현재는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은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승리호'의 팀원으로 쓰레기 줍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 날 이들은 사고 수리정에서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게 된다. UTS의 리더 셜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은 이들에게 도로시를 넘기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제안하고 팀원들은 다가올 위험은 상상하지도 못한 채 거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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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놀라운 비주얼vs뻔한 서사

'승리호'가 레퍼런스 삼은 영화는 아마도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일 것이다. 우주가 세상의 중심이 된 미래에 지구에서 문제아로 취급받던 이들이 보여 우주에서 벌이는 소동극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우주가 유토피아 역할을 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만큼 공간의 시각화가 절대적이었다. 한국 영화가 단 한 번도 구현해낸 적 없는 우주 공간은 무려 1,000명이 넘는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에 의해 탄생했다.

비주얼은 기대 이상이다. 한국 영화의 발전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실재한 것처럼 만들어낸 기술력은 경이롭다. 황폐해진 지구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그리고 우주 공간을 누비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내외부 공간은 누구나 '가짜'라는 이물감 없이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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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소 평범하다. 오합지졸 군단이 거대 음모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서사는 새롭거나 놀라운 것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해 흥미로웠던 이야기나 뻔하지 않아 매력적이었던 인물들이 등장한 조성희의 전작들을 생각해본다면 '승리호'의 캐릭터는 전형적이고, 이야기는 예측 가능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조성희 감독은 2010년대 등장한 감독 중 가장 개성 있고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 본인의 색깔을 좀 더 뚝심 있게 펼쳐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상업영화에서 '대중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보편성'만은 아닐 것이다.

SF 영화 특유의 장르적 쾌감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극 전반의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이야기 전개가 루즈한 탓에 관객들이 호불호는 다소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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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로시를 갈등의 축이자 화해의 상징으로 쓰는 시도 역시 진부하다. 특히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부성애를 드라마 축으로 사용하는 건 'K-클리셰' 혹은 'K-신파'가 된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본 투자 대비 비주얼을 시각화한 수준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지만, 서사는 한없이 소박하다.

배우들은 제 역할을 한다. 아웃사이더 매력을 뽐낸 송중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 캐릭터를 보여준 김태리를 필두로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츤데레 연기를 보여준 진선규, 오합지졸 군단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영화에서 유머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해진의 목소리 연기 역시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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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250억 원 중 40억은 中 자본

'승리호'는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출신인 유정훈 대표가 메리크리스마스를 창립해 도전한 영화 중 가장 큰 프로젝트다.

이 제작비에는 중국 자본도 투입됐다. 중국의 메이저 투자제작사 화이브라더스가 제작비의 20%인 약 40억 원을 투자했다.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한국 콘텐츠를 금지시킨 이후 중국 기업이 대규모로 한국 영화에 투자한 첫 사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화권 최고의 스타로 도약한 송중기가 주연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영국 드라마 '남과 북'으로 제2의 콜린 퍼스로 불렸던 리처드 아미티지가 UTS 창립자 설리반으로 분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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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을 연이어 공략하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계획이었다.

또한 극장 흥행에만 명운을 건 것이 아니라 영화를 시작으로 웹툰과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해갈 차비를 했다. 물론 IP(지적재산) 확장은 영화의 흥행과 반응 여부에 따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영화의 수익 모델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기획에 공을 들인 '승리호'의 반응에 대한 국내 영화계의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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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대신 넷플릭스…'승리호'-'넷플릭스' 모두 모험

'승리호'는 계획대로였다면 지난해 여름 시장에 선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영화의 유통 경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수차례의 개봉 연기 끝에 넷플릭스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우주 영화를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봐야 한다는 건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영화계와 극장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개봉 영화가 제작비를 회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계에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190개국 동시 공개라는 명분이 있지만 극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를 넷플릭스에 넘기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승리호'의 단독 공개 조건으로 제작비의 10~20%를 상회하는 약 300억 원을 메리크리스마스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는 극장 수익의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국내 투자배급사들은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이해 '울며 겨자 먹기'로 넷플릭스의 손잡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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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국내 영화계와 손잡는 방식은 할리우드와는 차이가 있다. 기획, 제작 단계에서부터 손잡는 방식이 아닌 극장 개봉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화를 구입해 단독 공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납품 업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승리호'와 같은 대작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은 건 국내 영화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 속에서 선택한 최고의 대안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 19시대에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넷플릭스는 '승리호'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인 모양새다. 종전 한국 영화가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아이디어로 영화의 홍보 효과를 높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의 평가와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승리호'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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