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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로컬룰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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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없이 쓰이는 잘못된 표현, 명백한 구분 필요

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노컷뉴스

최근 V-리그는 '로컬룰'이라는 표현을 잘못 사용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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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V-리그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코 ‘로컬룰’이다. 남녀부에서 연이어 로컬룰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배구계 안팎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4라운드. 이 경기에서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상대의 포지션 폴트를 심판진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영철 감독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기 후 우리카드가 심판진의 오심에 항의하는 공문을 접수하자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은 ‘로컬룰’에 의해 총 3차례 포지션 폴트 상황에서 심판이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사례는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4라운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 후 자신의 터치 아웃이 인정되자 김연경이 주심에게 다소 흥분한 듯한 어조로 “경고 주세요. 경고 주세요”라며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김연경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김연경은 공격을 블로킹하던 상대 선수의 손에 맞았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블로커 터치 아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진은 '로컬룰'이라는 표현을 써 이해시키려 했지만 김연경은 끝내 해외리그와 국제무대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이 두 사례에는 모두 ‘로컬룰’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활용하는 배구 경기의 운영 규정과 달리 V-리그에서만 활용되는 특수한 규정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2005년 출범한 V-리그는 공식 규정에 10개의 로컬룰을 두고 있다.

조금 더 상세히 보면 ①공식 웜업 ②경기속행 거부 및 지연행위 ③비디오 판정 ④세트간 휴식 ⑤타임아웃 ⑥테크니컬 타임아웃 ⑦리베로 규칙 ⑧마핑(바닥 닦기) ⑨자격박탈 제재 ⑩경기 의전이다. 이 중 V-리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내용이 가장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다.

결과적으로 위의 두 사례에서 로컬룰이라는 표현은 잘못 사용됐다. 해당 상황은 V-리그가 기술위원회를 통해 심판의 판정 기준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보다 완화한 결과다. 이 때문에 ‘완화된 판정 기준’이라고 불러야 한다.

실제로 우리카드가 주장한 포지션 폴트는 FIVB 규정보다 완화된 V-리그만의 판정 기준에 문제가 됐다. 비디오 판독을 거쳐 정정된 김연경의 공격 범실 역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이후 과거 사례로 인해 최근 V-리그에서 공격자의 범실을 주기로 한 기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판정 기준을 완화한 결과다. 이는 V-리그 13개 구단과 감독에게 모두 공유된 내용이다.

위의 두 사례만 보더라도 로컬룰이라는 표현은 분명 잘못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배구계 관계자가 로컬룰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보다 넓은 의미로, 또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하며 필요 이상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듯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정확한 의미를 가진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그 시작은 ‘로컬룰’이 되어야 한다.

김건태 KOVO 경기운영위원장은 우리카드의 이의 제기와 관련해 지난 26일 취재진을 상대로 규칙 설명회를 열고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로컬룰을 없애고 FIVB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표현을 바로 잡자면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완화됐던 V-리그 판정 기준을 FIVB 수준으로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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