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SK의 시그널, KBO 정지택 총재에게 주어진 뚜렷한 과제[SS 포커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KBO 정지택 신임총재(가운데)가 지난 5일 취임식에서 구단 사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퀀텀점프’를 하려면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 총재가 뚜렷한 과제와 마주했다. 과연 일하는 총재를 볼 수 있을까.

위기는 시나브로 찾아온다. 붕괴 직전 발생하는 다양한 전조를 민감하게 관측하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없다. 인천 야구의 맹주로 자리매김한 SK가 구단을 매각한 것도 KBO리그에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브랜드를 앞세운 유통혁신을 선언했고, 돔구장 건립 등 달콤한 미사어구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현실화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오히려 SK가 쏘아 올린 신호탄이 야구단 운영에 회의감을 느끼는 그룹들의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스포츠서울

기아그룹은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테니스 간판 스타 라파엘 나달이 기아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기아차그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계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지 못하거나, 구단주가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는 야구단 운영이 합리적인지를 두고 그룹 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몇몇 그룹이 야구단 매각을 검토했다가 코로나 한파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이 때까지만 해도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룹 내 역학관계와 신세계그룹의 공격적인 제안으로 기습 매각에 성공했다. 삼성그룹이 라이온즈를 포함한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뒤 독자생존을 요구한 것도 프로 스포츠단을 바라보는 그룹 총수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KBO는 구단 창단과 관중 수 등 외형 확장에 매몰돼 삼성이 보낸 시그널을 놓쳤다.

KBO 정운찬 전 총재는 ‘야구를 통한 힐링’을 강조했지만, 임기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시간만 보냈다. 그사이 국가대표 전임감독 논란을 시작으로 히어로즈 옥중경영, 팬 사찰 파문 등이 일었고, 음주와 성폭행 등 각종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아 ‘야구를 향한 힐난’만 남았다. 문제가 불거지면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KBO리그는 매년 부정적인 이슈로 뒤덮였다. 총재가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사무국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할 수 없다. 더구나 KBO는 작은 사업 하나라도 구단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구단간 의견이 다르니 만장일치가 아니면 의결을 보류하기 일쑤다. 총재의 권한을 책임있게 행사하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다. 정지택 총재가 개선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스포츠서울

KBO 정지택 신임 총재가 지난 5일 취임식에서 구단 사장단에 앞서 취임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총재는 24시간이 모자라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야구와 유통을 접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면 정, 관, 재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단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면 야구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 총재가 지자체장을 직접 만나 조례 개정 등을 요구해야 한다. 기업이 상업 목적의 체육시설을 보유할 수 없는 법도 국회에 읍소해 개정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는 관중 입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관중수익이 구단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는 게 엄살이 아니다. 올해는 서울과 부산 등 지자체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구단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총재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한국 사회는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 그룹 총수들이 프로야구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KBO리그 생태계가 바뀐다. 구단주가 동의해 선임된 총재인 만큼 구단주들과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 로드맵을 그려 각 구단 사장들에게 내려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힘들게 확장해 놓은 10개구단 체제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SK가 보낸 시그널을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