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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서민은 집 어떻게 사라고… “올해 중저가 아파트 가파르게 가격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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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키맞추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남에 따라 올해 2채 중 1채는 9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쏟아지면서 시장에 중저가 아파트의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 양극화 심해지고, 서울 골고루 비싸져… 2채 중 1채 9억 초과

지난해 전국 부동산 시장에선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상승한 가운데 비싼 아파트는 훨씬 더 비싸졌거나 싼 값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의미다.

27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5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8.1)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 평균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 차가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지역별 5분위 배율은 대전(5.7), 울산(5.4), 광주·부산(5.3), 경기(4.8), 대구(4.6), 서울(4.2), 인천(3.9) 등의 순서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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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은 유일하게 5분위 배율이 4.2로 낮아졌다(2019년 12월 4.8).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로 몰려서다. 비싼 아파트가 저렴해져서가 아니라 저렴한 아파트도 비싸져 양극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 1분위 아파트값은 2019년 12월 3억7019만원에서 지난해 12월 4억7836만원으로 1억817만원 올랐다. 5분위 아파트값은 17억6158만원에서 20억13만원으로 1년 새 2억3855만원 상승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거래된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문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7년 78.1%였으나 2018년 68.8%, 2019년 62.8%, 2020년 50.4%로 매해 감소하다 올해 1월에는 48.1%까지 내려갔다. 바꿔 말하면 서울 아파트 2채 중 1채는 9억원을 초과한다는 뜻이다.

◆전문가 “전국적으로 집값 상향 평준화될 것”

이같은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 제한 및 세금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1주택자라도 9억원을 초과하면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고 취득세도 9억 이하 주택보다 1.1%p 높은 3.3%로 책정된다. 담보인정비율(LTV)도 9억원 초과분은 20%로 줄어들어 대출 가능 금액이 적어진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도 6억∼9억 미만이면 거래금액의 0.5%지만 9억원 이상은 0.9% 이내에서 수수료를 정하게 돼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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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날 “지방에선 광역시를 중심으로 소위 부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 서울은 ‘패닉바잉’ 등 영향으로 고가 주택보다 중저가 주택의 가격 상승률이 가팔랐다”라며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향 평준화하며 오히려 ‘주거 양극화가 완화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서울 중에서도 집값이 저렴한 편인 구로구 개봉역 인근 33평대 아파트도 박근혜 정부 때 5억원대였던 게 지금 8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대출 규제 등의 제한이 걸리는 9억원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6억원, 9억원처럼 애매하게 걸치는 구간대에서 잠시 가격 상승이 주춤할 수 있다. 다만 그 구간의 저지선을 못 넘는 주택들도 전체적으로 집값이 다 오르는 상황에서 계속 버티진 못할 것”이라면서 “6개월 정도 지나면 결국 이를 넘을 것이고, 그 선(6억원, 9억원)만 넘어가면 오히려 더 빠르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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