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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정용진 야구’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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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의 사람‘인’사이드

한겨레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나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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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프로야구 에스케이(SK) 와이번스의 매각이 알려진 26일, 한 야구계 인사는 이같이 말했다. 와이번스를 인수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 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침체에 빠진 케이비오(KBO)에 신세계가 참여하게 됐다는 것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왕이면 밝고 젊은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참여하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얘기였다.

실제 정 부회장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젊게’ 바꿔나가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최근엔 이마트와 스타벅스 유튜브 방송에도 출연해 홍보에 나서는 등 파격적 모습을 보였다. 무겁고 진중한 모습이 대부분인 기존 재벌기업 오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한겨레

신세계는 장기적으로 돔구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선수 확충에도 적극 나설 계획인데,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추신수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다는 소문이 돈다. 야구팬들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들이다.

유통기업인 신세계 입장에선 야구단 인수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당장 야구장 내 각종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판매 시설부터 신세계 브랜드로 바꿀 수 있다. 미식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의 안목이 야구장에 반영된다면 어떨까. 야구를 보면서 고급 에일 맥주를 마시고, 와인과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호텔업도 함께 하는 기업 특성상 야구장과 호텔을 접목할 수도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은 구장 내 호텔을 함께 운영하면서 마케팅을 펼친다. 필드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투숙하면서 야구 관람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기업인 신세계로선 소비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신세계가 케이비오에 잘 안착했을 경우다.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막상 야구 시장에 진입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기업에 도움이 안 됐을 때다. 팀의 성적이 갑자기 좋아질 리는 없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인재 영입을 해도 몇 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야구팬 가운데, 특히 인천 팬들의 야구 사랑은 각별하다. 저조한 팀 성적이 이어질 경우 팬들의 성화가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시설 건립이나 변경은 지자체가 허락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무관중 경기가 길어진다면, 정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대기업인 신세계가 1000억이 넘는 딜에 이러한 리스크를 검토 안 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신세계는 다시 야구단을 매각할까? 정용진 부회장은 결단이 빠르다. 하고 싶은 사업은 추진하고, 안 되면 바로 접는다. 야심차게 준비한 잡화점 ‘삐에로쑈핑’과 가정간편식 마켓 ‘피케이(PK) 피코크’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이번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는 야구단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한 것에 대한 반감도 들어있다.

야구를 좋아해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서도 투수 경험이 있다는 정 부회장의 야구 사랑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의 허민 의장 사건이 단적인 예다. 물론 엔씨(NC)의 김택진 구단주 같은 성공적 사례도 있다. 어떤 식으로 ‘야구 사랑’을 표현할 지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조만간 정해지는 구단 명칭 등에서 신세계가 바라보는 ‘야구 인식’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누리꾼들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아니냐’는 등 댓글 놀이 중이다. 차라리 ‘인천’을 내세우는 건 어떨까. 홍보를 목적으로 노골적 네이밍을 하는 것보다 훨씬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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