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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일은 당에서, 월급은 국회서…안철수 국민의당의 '영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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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유력 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서 일부 보좌진이 당직자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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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안철수 '핵심 실무 관계자'…"의원이 당직 맡아서 파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의원보좌직원은 국회의원이 임명하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제21대 국회 의원보좌직원 임용 등 안내' 자료에 따르면 영리업무에 해당되지 않는 다른 직무를 겸하고자 할 때는 국회 사무총장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이 정당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실 A 보좌관(4급)과 B 비서관(5급), 이태규 의원실 C 비서관(5급), 권은희 의원실 D 비서(6급)는 당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당 총무국·정책실 소속으로 지난해 총선 이후 채용돼 현재까지 각 의원실에 속해 있다. 제보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의원실에 출근하지 않고 당사로 가서 업무를 맡고 있고, 이같은 내용은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당은 우선 해당 보좌진들이 국회 업무와 함께 당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좌진인데 (당으로) 파견 온 거다. 보통 원내대표실에서도 보좌진을 파견하기도 하잖나. 우리 당은 의원들 모두 당직을 맡고 있어서 파견을 보내는 게 당연하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사무총장, 권 의원은 원내대표 겸 최고위원, 최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다.

이어 그는 "저희는 국회 내에 원내대표실이나 사무총장실이 없어 당으로 보좌진을 파견하는 거다. 의원이 정식으로 보낸 거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총선 후에) 당에 남을 사람은 남고, 의원실에 필요한 사람들은 채용됐다. 그중에서도 당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된 사람들은 당으로 파견된 거다. 당이 영세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당들이 직원을 원내대표실에 파견하는 것처럼 당사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겸직 가능 여부를 사전에 사무처에 신고해야 하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해당 관계자는 "제가 듣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 관계자도 "저희가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서로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을 파견했느냐'는 물음엔 "파견이라기보단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일주일에 3~4일은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또 당에 일이 있으면 당에 와서도 근무한다"고 밝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정당 활동도 포괄적으로 정치활동·의정활동에 포함된다"며 보좌진의 당직 겸직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에서 "보좌진들 일부가 당무를 지원한다. 의원들이 당에 업무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다 당직을 맡고 있다.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 보좌진들이 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당에서도 일상적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겸직이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물음엔 "관행적으로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은 한 번도 없다고 보는 거고, 보좌진들의 당무 지원이 임용규정 취지에 어긋나는지, 의정활동 범위 바깥에 있는 것인지 사무처에 유권해석을 맡겨 둔 상태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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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이태규·권은희·최연숙 의원이 모두 사무총장·최고위원 등 당직을 맡고 있어 파견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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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취재진은 당사에서도 의원회관에서도 해당 보좌진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15일 국민의당 당사에 근무하는 한 당직자는 취재진과 만나 "D 씨는 아직 안 왔다. 다른 분들은 순환근무 때문에 안 나왔다"며 "D 씨와 A 씨는 정책실에 있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당직자는 언급한 A, B, C, D 씨가 모두 당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취재진은 또 '정책실 차장'이라는 직함이 붙은 D 비서의 명함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의원실을 방문해 보좌진들을 찾았지만 자리에 없었고, 회의 참석·외근·재택 근무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권 의원실엔 파티션 위에 보좌진 이름이 적힌 명찰이 올려져 있었지만, D 비서의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당에서 오랜 기간 일한 이들은 안 대표의 '핵심 실무 당직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전 바른미래당(국민의당 전신)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A 보좌관은 안 대표 정책의 핵심이다. 미래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국민의당) 모든 정책은 이 사람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 대표 최측근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는 "당에 자금은 없는데 대우는 해줘야 해서 그런 것 아닌가. 국민의당이 변칙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게 자연스럽다 보니 A 씨가 보좌관으로 가면서 정책실 전체를 관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출신 관계자는 "이건 편법이고,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며 "B 비서관은 총무쪽 핵심이었다. C 비서관은 안 대표 비서실에 있었다. D 비서는 공보실에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른 정당에서도 국민의당처럼 겸직한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이런 경우를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나랏일 하겠다는 사람이라고 하면 공사·국민 세금에 대해선 명확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공직자들이 작은 당을 운영하는 상황 속에서 만약 일부 당직자 급여를 보좌진에게 주는 세금에서 나가게 했다면, 그런 사람들이 더 큰 재정을 책임졌을 때 더 큰 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다른 보좌진은 "원칙상 보좌진은 공무원이라 겸직이 되지 않는다. 의원이 직원을 당에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세비를 받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원칙상 겸직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정당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정치적 결사체다. 정당으로부터 급여를 받아야할 당직자들이 의원실에 소속돼 세비를 받는다면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21년 기준 4급 보좌진은 통상 월 500만 원(세전)을 받는다. 5급 비서관은 470만 원, 6급 비서는 317만 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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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전신이었던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은 해당 보좌진들이 "안 대표 핵심 실무 당직자"라고 입을 모았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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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공천 논란이 있을 당시에도 보좌진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더팩트>가 보도했던 '[단독] 안철수 부인 김미경, 공천논란 김근식 예비후보 '물밑 지원'' 기사에 따르면 김 교수는 당시 김 예비후보를 지원하면서 신용현 의원실 비서와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또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6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정의당 경기도당 핵심 당직자를 보좌진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류 의원실 보좌진 8명 가운데 4명이 전·현직 경기도당 당직자로 알려지면서 겸직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상근으로 임금을 받았던 보좌관 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해명 입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가라앉았다.

국회 사무처에선 사전 신고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21대 국회 들어 관련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의 이런 상황에 대한 <더팩트>의 문의에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직무의 성격, 내용, 상시성 등 해당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겸직 금지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보좌진"이라고 짚었다. 그는 통화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당에 돈이 없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나. 국회의원도 당의 당직을 맡고 있고, 의원 일과 당 일이 겹쳐 있다 보니 보좌진도 (업무가) 겹치는 것"이라며 "일종의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작은 규모의 당에선 불가피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보좌진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회의원 개인의 입법을 위한 보좌진으로, 당무와 국회의원의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국민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이고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국회의원 보좌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그 이야기는 결국 지금도 (보좌진이) 부족하다는 말"이라며 "그런데 부족한 인원을 당무에 쓰게 하면 어떡하나. 당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중적으로 일을 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 당 차원에서 명백하게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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